기업감세 '세계대전'…日, 법인세율 20%까지 낮춘다

세계 각국의 기업 감세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법인세율 인하 공세에 일본이 맞불을 놓을 태세다.

일본 정부는 임금인상과 설비투자, 혁신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현재 29.97%에서 20% 수준으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4일 일본 정부가 오는 8일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목표로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애초 법인세 실효세율을 25% 정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미국과 프랑스 등의 감세 움직임을 주시하며 인하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기업 감세안은 오는 8일 각의 의결을 추진하는 '생산성 혁명을 위한 정책 패키지'에 담길 전망이다. 집중 투자 기간으로 정한 2018~2020년의 한시조치다.

기업에 대한 감세는 2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임금인상과 설비투자, 취업 후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리커런트교육 등 인재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은 일정액의 법인세액을 공제받아 법인세 실효세율을 20% 중반대까지 낮출 수 있다.

이에 더해 IoT(사물인터넷)나 AI(인공지능) 등 혁신기술에 대한 투자로 생산성 향상에 나서는 기업의 법인세율은 20% 안팎으로 낮아진다.


일본 정부는 임금인상률이 3% 이상인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되, 수익을 늘리면서도 임금인상에 소극적인 기업은 세금 우대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사실상 증세가 되는 셈이다.

일본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현재 29.97%다. 아베 신조 2차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2013년 37%에 달했던 게 2016년에 사상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졌다. 내년에는 29.74%로 낮추기로 했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24.07%보다 훨씬 높다.

일본 정부는 당초 임금인상 등의 기준을 충족한 기업의 법인세율을 25% 정도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의 기업 감세 움직임이 거세지자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인하 폭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은 현재 35%인 연방 법인세율을 20%로 낮추는 세제개혁을 추진 중이다. 최근 상·하원에서 모두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절충안이 마련되면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12%포인트 인하한 뒤 가장 큰 폭의 법인 감세가 된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현재 3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영국의 법인세율은 19%로 최근 10년 새 11%포인트 낮아졌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법인세율은 2007년 26.95%에서 올해 24.25%로 매년 줄곧 떨어졌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돌입한 건 저성장 국면에서 '기업 살리기' 외엔 마땅한 성장해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인세율을 낮추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외국 기업을 유치해 세수를 늘릴 수 있다.

한 예로 멕시코 정부는 세금 우대 혜택으로 미국 자동차 기업 등을 유치해 2015년까지 10년간 법인세수를 4배로 늘렸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을 선진국 최저 수준인 12.5%로 낮춘 덕분에 애플을 비롯한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의 유럽 거점으로 부상했다. 프랑스의 기업 감세 정책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영국을 벗어나려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정부는 현행 22%인 법인세율을 최고 25%로 높이는 내용의 증세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 감세 흐름을 거스르는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