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창업교육 현장의 '동상이몽'

모 대학에서 학생들이 실전창업교육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사진=조성은 기자

"창업하려면 토익점수가 필요한가요?"

최근 모 대학 창업교육 현장을 찾은 기자는 한 학생이 던진 뚱딴지 같은 질문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교수의 얼굴에도 허탈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전창업 강의 종강시간에 나올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학생들에게 '창업'은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단어였다.

목이 터져라 창업을 외치는 교수와 무관심과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학생들, 그 사이에서 창업실적을 종용하는 정부. 대학 창업교육 현장에서 이들 세 주체는 각기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 창업교육 현장의 민낯이다.

정부는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고착화되자 창업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수년째 창업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가정신교육 예산을 늘리고 산업계 중진들을 창업교육 현장에 투입하는 등 다양한 창업활성화 정책을 시도 중이다.


그리고 동시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라고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매해 창업관련 정부부처에서는 '인풋(input) 대비 저조한 아웃풋(output)'을 거론하며 대학과 교수들에게 창업교육 성과를 독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창업교육을 지도하고 있는 교수들은 성과보다는 정작 다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창업관련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창업에 아예 관심이 없고 '창업'이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을 드러내는데, 이런 상황에서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건 무리수라는 의견이다.

전직 기업 CEO 출신 창업학과 모 교수는 "수십년간 비즈니스를 하며 얻은 노하우를 녹여내고 애정을 담아 강의를 준비하는데 매번 무기력한 표정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학생들을 보면 솔직히 기운이 빠진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기자가 대학 창업교육 현장을 방문한 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창업 아이디어 발표시간에는 그야말로 '발표를 위한 발표'가 이어졌고, 엉성한 창업 아이디어와 무성의한 시장조사 결과, 의욕이 없는 소극적인 학생들의 태도는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심지어 다른 팀이 발표를 하는 내내 듣는 둥 마는 둥 자리에 앉아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교수 입장에선 충분히 학생들이 답답하게 느껴질 법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또 다르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체로 창업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창업하는 방법이나 아이디어 보다는 '창업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은지, 실패한 케이스가 많은지'와 '정말 창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 등에 더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한 학생은 "또래 창업가의 성공사례가 있고 전문가에게 창업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창업에 도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개중에 실전창업 강의를 듣고 창업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극소수였다.

대학생들이 선뜻 창업에 나서지 못 하는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창업 관련 정보도 부족하고 초기자금 융통도 녹록지 않은데다 설사 요건을 충족해 창업에 나선다 해도 아무 것도 보장된 것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로를 모색할 때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걱정하면서도 창업을 해볼까하는 고민은 좀처럼 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대학생들이 창업에 나설 준비가 안 된 현 시점에 창업교육의 성과를 성급하게 요구하는건 시기상조이자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성과를 기대하기에 앞서 대학생들로 하여금 '창업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유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