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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속도 높이고…바다의 '무법자'들

선박충돌사고 98%가 '운항과실'…영흥도 사고도 급유선-낚싯배 '주의소홀'로 발생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입력 : 2017.12.0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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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국과수 감식요원과 해양경찰 등이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를 감식하고 있다./사진=뉴스1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국과수 감식요원과 해양경찰 등이 전복된 낚싯배 선창1호를 감식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4월21일 저녁 6시20분. 통영해양경비안전서에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한 어선이 경남 거제시 둔덕면 학산리 대류도 앞 해상을 항해하다 암초와 충돌해 좌초됐다는 신고였다. 해경이 구조에 나서보니 선장 A씨(67)는 만취해 있었다. 해경이 음주 측정을 하려 했지만 그는 강력 거부했고, 결국 '음주운항' 혐의로 입건됐다.

인천 영흥도 전복사고의 원인이 '항해 부주의'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해상에서의 무분별한 운전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음주 또는 과속 운항을 하고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해상 교통법규를 어기는 선박들 때문에 충돌 사고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6일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사고 건수는 총 2307건으로 2013년(1093건)보다 1214건(111%) 늘었다. 또 지난해 해양사고 중 209건(9%)이 이번 영흥도 사고(급유선-낚싯배 간 충돌)와 같은 '선박 충돌' 사고였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선박 충돌 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총 415건이 발생했는데, 이중 407건(98%)이 '운항 과실'로 인한 사고였다.

육지에서 차가 다닐 때 지켜야 할 교통법규가 있는 것처럼 선박이 다닐 때에도 지켜야 할 항법이 있다. 이는 선박 입·출항법과 해사안전법 등에 규정돼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제정한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선박 간 충돌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영흥도 사고의 경우에도 낚싯배(선창1호)를 전복시킨 급유선(명진15호) 선장은 해경 조사를 통해 "낚싯배가 알아서 피해갈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경은 선장이 낚싯배를 발견한 뒤에도 감속하거나 항로 변경을 하지 않아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해사안전법에 따르면 다른 선박을 추월하고자 하는 선박은 경적을 울려 의사를 표시하고 추월 당하는 선박 또한 이에 동의하는 경적을 울려야 한다. 하지만 낚싯배(추월하려던 배로 추정) 또한 급유선(추월당하는 배로 추정)을 향해 경적을 울리는 등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좁은 수로에서 충돌해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 31일 전북 군산해양경찰서가 하계 피서철을 맞아 해양사고를 예방하고 해상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다음달 16일까지 해상음주단속을 강화한다./사진= 군산해경
= 31일 전북 군산해양경찰서가 하계 피서철을 맞아 해양사고를 예방하고 해상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다음달 16일까지 해상음주단속을 강화한다./사진= 군산해경

음주운항도 심각하다. 해사안전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3%가 넘는 상황에서 5톤 이상 선박이 음주운항을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해 3월15일 통영해경은 음주상태로 유조선(164t)을 운항한 B씨(57)를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1%로 지그재그 운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에 따르면 음주운항 적발 건수는 2014년 78건에서 지난해 117건으로 50% 늘었다.

속도를 지키지 않는 '과속운항'도 문제다. 지난 2014년 1월31일 발생한 전남 여수산단 GS칼텍스 기름누출사고의 경우 사고로 인한 누출량이 16만4169리터(ℓ)에 달했다. 당시 여수해경 발표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적 16만t급 유조선 우이산호가 원유을 싣고 GS칼텍스 원유부두에 접안하면서 '정지가능 적정속도'보다 2배 가량 빠른 7노트로 돌진해 사고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해양수산부와 해경청이 업무를 정확히 연계해 운항, 선사 안전관리를 집중 점검해야 하는데 단속하는 해경 수도 부족하고 전반적인 해상교통안전관리 시스템이 취약해보인다"며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위험지역을 집중 단속하는 등 체계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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