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재 시장 '그린혁명'…친환경 금속 뜬다

코발트 선물 가격 추이/자료=블룸버그

'녹색 에너지 혁명'이 전 세계 원자재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기차 제작 등에 친환경적인 부품 사용과 윤리적인 공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가격이 더 비싼 '고품질' 원자재 수요가 늘어나리란 관측이다.


FT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코발트나 알루미늄·구리 등 산업용 금속 시장에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제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며 이 같은 추이가 뚜렷해졌다.

친환경 자동차 이미지가 강한 전기차의 경우 전기차를 만드는 과정의 환경 관련 감시가 강화되는 추세다. 여기에 원자재 조달 및 공정 과정의 투명성도 중요해졌다. 엠네스티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 코발트 핵심산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 시 아동 노동이 착취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채굴 과정에서 배터리 업체들이 공급망의 인권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여론도 고조됐다.

이에 지난주 BMW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원자재 사용 시 윤리적이고 환경적인 측면을 감안하겠다고 다짐했다. 투자은행 인베스텍은 보고서에서 "환경 파괴 없는 지속가능성이 원자재 조달에서 더 큰 중요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친환경적 제품의 대표격인 전기차 같은 제품들에 쓰이는 원자재에는 더욱 이 같은 기준이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움직임은 환경오염 단속 강화에 나선 중국 당국의 노력과도 궤를 같이 한다. 중국은 올해 하반기 원자재 생산업체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해 환경 기준을 못 맞춘 기업들엔 생산 중단이나 축소를 명령했다. 올해 알루미늄 가격은 24% 뛰었는데, 여기엔 알루미늄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중국의 환경오염 단속이 강화된 여파가 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공정과정을 지킨 '프리미엄 금속'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이 기존제품보다 높아도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알루미늄 제조업체 노르스크 하이드로는 지난주 두 개의 저탄소 금속 제품을 출시했다. 수력발전으로 만든 데다 이산화탄소 함유량이 기존 제품보다 적어 더 친환경적이다. 노르스크의 에릭 포섬 금속 부문 대표는 "자동차 업계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낮추기 위한 경량화를 강화하고 온실 효과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있는 금속을 더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품질 철광석을 채굴하는 호주 광산업체 포르테스케는 지난주 고품질 철광석 생산으로 전향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르테스케의 주가는 올해 23% 떨어졌는데, 이는 고품질 철광석 생산업체 리오틴토 주가가 같은 기간 19% 뛴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 칠레 코델코도 최근 환경과 윤리를 감안해 구리 가격을 책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콜린 해밀튼 BMO 캐피탈 애널리스트는 "고품질 금속으로 옮겨가려는 추세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금속 수요 증가는 '고품질 금속'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대형 광산업체가 투명한 공정과정을 거쳐 생산한 수산화코발트와 출처가 불분명한 수산화코발트의 가격차는 평균 4~6%까지 벌어졌다. 또 고품질과 저품질 철광석 가격차 역시 18개월 전 톤당 5~8달러에서 올해 20달러 이상으로 벌어졌다.

FT는 고품질과 저품질 금속의 가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영구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또 업계 트레이더들을 인용 "공정과정의 투명함을 입증할 수 있는 광산업체들이 더 공격적으로 가격 책정을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