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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재벌 공익재단의 '대물림'

동상이목(同想異目)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부국장 겸 산업부장 |입력 : 2017.12.0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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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재벌 공익재단의 '대물림'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이란 타이틀의 시리즈를 시작하자마자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전화가 걸려왔다. 기획 의도와 취재 대상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지만 대개 “우리는 좀 살살 다뤄달라”는 부탁으로 끝난다. ‘공익재단’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 쉽게 말해 세상에 기여하는 좋은 일을 하는 곳이다. 기업 입장에서 적극 홍보를 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왜 이리 민감해 할까.

그룹 또는 기업별로 공익재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의문은 쉽게 풀렸다. 아니 처음부터 대략의 답을 알고 있었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이다.

대다수 공익재단은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맨손으로 기업을 일군 창업자의 의지가 출발점이다. 이후 2세를 거쳐 지금은 3~4세대로 넘어가는 중이다. 재단의 역사는 곧 기업의 역사다.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인생이 녹아들어 있다. 호암 이병철, 아산 정주영의 그림자는 여전히 재계 전반에 드리워져 있다. 아들 손자로 대(代)가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그 의미는 퇴색하지 않는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창업정신, 기업가정신을 부정하고 훼손하려는 후손은 없다.

재계는 현재 급격한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고 있다. 연말 인사에서 오너 2·3·4세대의 초고속 승진과 이동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공익재단 역시 이 세대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영승계를 통해 새로 대권을 잡은 후손이 공익재단의 실질적 주인으로 같이 올라선다.

국내 최대규모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호암과 이건희 회장에 이어 3대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아산의 정신은 정몽구, 정몽준 등 아들 세대의 다양한 공익재단 분화를 거치며 여전히 전파되고 있다. LG그룹 창업주 연암 구인회의 창업정신 역시 적통인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으로 재단이사장 자리가 이어지며 계승된다. 고 최종현 회장이 장학사업으로 기틀을 닦은 SK그룹의 공익사업은 최태원 회장 체제에서 한층 다양해졌다.

사연도 다양하다. 배고픔을 견디기 어려웠던 시절, 배우지 못해 한이 맺혔던 시절을 떠올리며 사재를 털어 먹을 것을 나눠주고 학비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대부분의 출발점이다. 이후 기업의 특성을 살려 복지, 교육, 문화, 환경 등으로 세분화한다. 그런데 공익을 위해 만들어진 재단들이 요즘 눈총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익적이지 않은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다. 공정위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정면으로 칼끝을 겨눴고 정치권에서는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에 각종 제약을 가하는 입법을 논의 중이다. 공익재단이 ‘공익’ 그 자체인 한 얼굴이냐, ‘불순한 의도’를 가진 두 얼굴이냐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우리나라에서는 권력과 재력을 갖춘 집안은 많은데 소위 ‘명문가’로 불리는, 존경받는 일가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오너가의 경영승계, 부의 세습에 대한 부정적 정서 속에 ‘경영과 공익재단의 대물림’이 한 묶음으로 이뤄지고 재단의 자산이 지배력 강화 등 사익을 위해 쓰인다면 반기업 정서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공익재단의 ‘비공익 문제’를 덮고 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크고 작은 허물이 ‘공익사업’ 그 자체를 위축시키는 쪽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기대에 못 미쳐도, 다소 인색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그 자체가 사회에 기여하는 ‘공익’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재 또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데, 그 많고 적음에 불평을 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물론 재벌가들도 이번 기회에 공익재단을 출범한 선대의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책임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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