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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사업 정치권 나눠먹기…유명무실해진 예비타당성 조사

4대강 사업 때 예타 면제 조항 신설, 정부·정치권 예타 예외 조항 추가 추진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권혜민 기자 |입력 : 2017.12.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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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수조원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복지 지출 사업이 법적인 허점을 이용해 제대로 된 편익 분석 없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추가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대상을 축소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자칫 재정 지출에 대한 견제 장치가 무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에는 광주 목포간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내년 예산이 정부안 154억원에서 2배 가까이 증액된 288억원으로 확정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광주송정에서 목포에 이르는 KTX가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합의했다. 총 사업비는 2조4731억원으로 기존 무안공항을 경유하지 않는 정부안보다 1조1000억원 가량 추가됐고, 이에 내년 예산에도 반영됐다.

대표적인 '정치권 나눠먹기 사업'이지만 이 과정에서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는 예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한 30대 선도 프로젝트’에 호남고속철도 사업이 포함됐는데, 당시 해당 사업들에 대해서는 비용편익 등 경제성 분석보다는 비용절감, 환경친화 공법 적용 등 효율적인 대안 제시에 중점을 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0대 사업 가운데 21개 사업이 예타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 뿐이 아니다. 내년만 7096억원이 투입되는 아동수당과 2조9708억 원에 달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역시 예타 조사 없이 내년 예산에 반영됐다.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 조사를 면제할 수 있게 한 국가재정법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예타 제도는 1999년 도입됐다. 대형 국책 사업 착수에 앞서 사업성과 경제성 등을 따져 예산 낭비를 막자는 취지였다.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반드시 실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폭 손질이 가해졌다. 정부는 2009년 3월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공공청사, 교육시설 신·증축 사업과 문화재 복원사업, 재해예방·복구 지원 등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 단순 소득이전 사업 등에 대해 예타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시행령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은 물론 대규모 SOC 사업이 예타없이 추진될 수 있는 길이 트였다. 2014년엔 이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국가재정법에 규정됐다.

더 나아가 정부와 일부 정치권은 예타 대상을 추가로 축소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회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기준을 사업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법안이 3 건 제출돼 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 8월 개최한 재정사업평가 자문위원회에서 대상 기준 상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도입된 1999년 국내총생산(GDP)이 577조원이었는데 지난해 1637조원 규모로 늘어난 만큼 예타 기준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는 소득이전 사업의 경우 예타를 면제하기로 하고 관련 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당국자는 "단순히 복지성 소득이전 사업의 경우 특성상 비용과 편익을 합하면 '0'으로 나오기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의 의미가 없다"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잇따른 예외조항 신설로 혈세 낭비를 감시한다는 본질적인 기능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타 제도를 만든 것은 국민 혈세를 사용할 때 타당성의 높고 낮음에 따라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며 "예외조항을 자꾸 만드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그러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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