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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결정에 안이한 대응…일 키운 정부

당국자 답변을 통해 본 안이한 정부 대응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입력 : 2017.12.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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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세종청사/사진=뉴스1
기획재정부 세종청사/사진=뉴스1
EU(유럽연합)가 지난 5일(현지시각) 한국을 조세회피처(비협조적 지역)로 선정·발표한 이후, 정부 대응은 상황 진단을 정확하게 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기에 충분했다. EU가 무리한 결정을 한 것과 별개로 정부의 안이한 태도는 파장을 확산시켰다. 당국자의 답변을 통해 정부 대응 능력을 짚어봤다.

①"이유 찾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일 세종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었다. 취재진은 "주요국이 빠진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비협조적 지역에서 제외된 국가도 있는데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질문이기도 했다. 기재부는 "이유를 찾고 있다"고 답했다.

비협조적 지역은 17개국이다. 한국은 전통적 조세회피처인 파나마, 마카오 등과 같은 취급을 당했다. EU는 한국이 경제자유구역 등에서 외국인투자기업에게 국내 기업과 다른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EU가 요구한 관련 제도 개정·폐지는 '조세주권 침해'라며 "국익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EU는 지난해 12월부터 213개국의 조세 체계를 평가했다. 지난 1월 조세제도가 불투명한 국가로 92개국을 선별한 뒤 한국 등 72개국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어 비협조적 지역 선정과 동시에 이보다 한 단계 아래인 그레이리스트 47개국도 발표했다.

EU의 과녁은 213개국→92개국→72개국→64개국(그레이리스트 포함)→17개국으로 좁혀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은 비협조적 지역을 점차 피해갔다. 반면 한국은 네 단계를 거치는 동안 EU를 설득하지 못했다. 기재부 답변과 연계지어 보면 다른 국가 조세제도와 다른 점, EU가 설정한 단계별 기준 등을 정부가 충분히 연구했는지 의문이다.

②"다음 지정 여부 몰라"
이날 브리핑에선 "EU가 비협조적 지역을 언제 다시 지정하냐"는 질의도 있었다. 기재부는 "언제 리스트를 수정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밝혔다. 비협조적 지역 재선정 시점이 불확실할수록 조세정책, EU 설득 전략 등도 영향 받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EU는 비협조적 지역을 매년 업데이트하겠다고 했다. 기재부가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한 것이었다. EU 본부(벨기에 브뤼셀)에 파견 간 한국 대표부와 세제 당국 간 정보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③"EU, 설득할 것"
외교부는 7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EU 한국대표부를 통해 EU 고위급 및 개별 회원국을 대상으로 우리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브리핑 하루 뒤에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외교부는 기재부와 더불어 이번 사태의 당사자임에도 뒤늦은 대응이었다.

더구나 외교부 반응은 "그 동안 한국대표부가 EU를 향해 어떤 노력을 했냐"에 대한 답은 빠져 있었다. 외교부가 주축인 한국대표부는 이번 결정 과정을 최일선에서 파악하는 안테나였다. 이에 비춰 EU 정보 수집 및 교섭자 설득, 다른 나라 동태 파악, 본국과 공조체계 구축 등을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EU 발표에 임박해 비협조적 지역에서 비껴가려고 각국 외교전이 치열했던 점은 더 아쉽게 만든다. 현지 대응 능력을 탓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국과 비슷한 외국인 세제지원제도로 지목된 터키를 비롯해 태국 등은 지난달 EU 설득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이 국가들의 현지대응과 EU 한국대표부의 대응은 그래서 더 비교된다.

④"심각한 문제 아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EU 결정을 두고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도 안이한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비협조적 지역 선정 소식에 6일 환율은 7.9원 오른 1093.7원에 마감했다. 원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대외 신인도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EU 측 제재수위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김 부총리 답변은 섣부른 면이 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는 한국 조세제도가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신뢰받고 있다는 게 전제 돼야 수긍할 수 있는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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