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옷 적금' '하루1만원 달력'…연말 알뜰 소비족

/사진=셔터스톡

#직장인 김도현씨(29)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월 10만원씩 모아 '겨울옷 저금' 100만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50만원을 더해 최근 겨울 코트 한 벌과 니트 3벌, 바지 2벌, 신발 2켤례를 한번에 구입했다. 김씨는 "겨울 옷은 가격이 비싸 한번에 사기 부담스럽다"며 "2년전부터 겨울 쇼핑용으로 매해 돈을 모아둔다"고 말했다.

경기불황 속에 연말 연초 늘어나는 지출에 대비해 계획 저축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통장을 용도별로 관리하는 '통장 쪼개기'를 하거나, 하루에 쓸 생활비(대부분 1만원)를 매일매일 봉투에 넣어 정한 금액 말고는 돈을 쓰지 않는 등 방법도 여러가지다. 모은 돈은 겨울 옷 구매, 송년·신년회비, 부모님 용돈 등 연말 연초 일시적으로 필요한 곳에 사용한다.


14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421명을 대상으로 '연말 지출부담'과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7.1%가 "12월지출이 전달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87.2%가 "연말에 유난히 지출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12월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송년회 등 연말모임 관련 회비 지출이 늘어서'(69.8%)다. 이외에도 △타계절보다 비싼 겨울의류 구입비 때문(36.9%) △크리스마스, 연말 등 각종기념일 때문(31.1%) △부모님, 친척 등 챙겨야 하는 사람이 많아서(22.4%) 등이 연말 씀씀이가 커지는 이유다.

생활비 달력. 날짜 별로 하루에 쓸 돈을 넣어두고 최대한 그 안에서 해결한다/사진=티켓몬스터

김씨가 정기적으로 돈을 모아 연말 목돈 지출에 대비했다면, 직장인 정모씨(30)는 평소 아예 돈을 조금씩 쓰는 법을 택했다.

정씨는 매일 아침 출근 전 벽에 걸린 생활비 달력에서 현금 만원을 꺼내들고 출근한다. 매달 초 주머니가 달려있는 생활비 달력에 매일 만원씩을 넣어두고 하루에 그 이상은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카드를 들고 다니던 예전에는 지출 관리가 어려웠지만 현금을 쓰자 소비습관을 관리하기 쉬워졌고 지출규모도 줄었다.


정씨는 "연말엔 송년회를 포함한 약속이 많아 평소보다 지출이 많다"며 "11월부터 '하루 1만원' 소비를 시작해 여윳돈을 마련해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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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투리 저축방법도 인기다. 이모씨(24)는 남자친구와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 이브를 기념하기 위해 매달 1일엔 1000원, 2일엔 2000원 등 하루가 갈때 마다 1000원씩 저축 액수를 늘려 저축했다. 이씨는 "부담되는 액수가 아닌데다가 매일 조금씩 액수를 늘리니 돈을 모으는 재미도 있다"며 "남자친구와 보낼 크리스마스 파티에 쓰려고 모았다"고 말했다.

잡코리아 설문에 따르면 과반수 직장인들이 연말 지출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꼭 필요한 지출 외에 긴축적으로 운영'(54.1%)을 꼽았다. 또 '그 동안 모아둔 비자금 및 여유자금 사용'(37.5%)도 '별도의 계획없이 일단 사용한다'(16.6%)보다 월등히 높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큰 돈을 쓰기 위해 평소 저축을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다른 소비를 줄이는 똑똑한 방법"이라며 "사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없는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것만 골라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조금씩 모으더라도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효율적인 소비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