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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문재인정부의 금융권 인사(Ⅱ)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7.12.1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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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난 문재인 정부의 금융권 인사는 이전 박근혜·이명박 정권과 확실히 차별성을 보인다. ‘관치’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율성을 존중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에서는 금융계 인사를 정치논리와 파당적 이해관계에 따라 주무르는 실세가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사실상 금융권 인사를 전횡했던 자유한국당 유력 C의원과 그를 보좌했던 문고리 3인방과 금융위 부위원장, 그리고 이명박 정권에서 학연과 교회를 연결고리로 금융당국의 위세를 능가했던 이른바 ‘4대 천왕’같은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와 인연이 많은 전 청와대 정책실장 B씨나 현 정책실장 J씨 등이 가끔 입에 오르내리기도 하지만 이들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이들은 전 정권 실세들과는 결이 전혀 다른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루어진 금융권의 몇몇 인사 사례를 보면 박근혜·이명박 정권과 차별성은 더 분명해 진다. 우선 KB금융의 경우 노조가 회장 연임 찬반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했다고 시비를 걸고, ‘셀프연임’ 한다며 꼬투리를 잡았음에도 윤종규 회장 연임과 허인 행장 선임이 외부 개입 없이 순리대로 이루어졌다. 이는 이명박 정권 때 4대 천왕 중 한사람이었던 어윤대 회장 선임이나 박근혜 정권과 특수 관계였던 이건호 행장 선임 전례와 크게 다르다.

KB금융은 앞으로 한번만 더 이런 자율인사 선례를 만든다면 지배구조가 안정되고, 10년 넘게 짓눌러왔던 CEO 리스크에서도 완전 벗어나게 될 것이다.

최근 이루어진 손태승 우리은행장 선임 인사는 더 극적이고 자율적이어서 금융사에 기록될 만하다. 우리은행은 이사회를 장악하고 CEO 인사권을 쥔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등 5대 과점주주가 있지만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단연 1대 주주이다. 그럼에도 예보도, 정부당국도 이번 은행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

이 역시 전임 이광구 행장 선임 때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논란이 빚어지고 이로 인해 이 행장이 임기 내내 시달렸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손태승 신임 행장이 우리은행 역사에서 자율인사의 사례를 처음 만듦으로써 은행경영에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금융자율 인사 시험대는 하나금융 회장 인사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되기 때문에 하나금융 이사회는 이달 말부터는 후임 회장 선임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CEO들의 ‘셀프연임’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 선임이 공정한 지 실태점검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작심 발언 이후 투명한 절차의 승계와 회장 인선을 강조하면서도 전임 CEO와 임원들의 악의적 음해성 행동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하고 나섰다.

최종구 위원장이나 정부당국 입장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걱정할 수 있고, 회의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CEO나 기존 집행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이사회의 전횡과 횡포에 대해서는 과거 ‘KB금융사태’ 때의 KB금융 이사회가 너무도 많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이사회 운영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금융 내부로 들어가면 복잡한 사정들이 있다. 단적으로 김정태 회장은 회장직을 5년째 맡고 있지만 초기 2년간은 사실상 자신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했다. 이사회가 전임 회장이 짠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섭정’을 받았다고 보면 된다. 김정태 회장은 현재의 이사회 멤버들로 판을 바꾼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현 함영주 행장을 선임할 때도 김정태 회장은 이런 저런 견제를 받았다는 게 정설이다. 임기만료를 앞둔 최근에는 그의 가족들에 대한 확인되지 않는 얘기들을 언론사 등에 퍼뜨리고 다니는 전직 임원들도 있다.

최종구 위원장이나 금융위 입장에서는 훨씬 더 많은 얘기를 들을 것이다. 청와대 등 정치권력 쪽에서 이런 저런 주문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절제하고 개입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과거 정권 초기 권력의 힘이 넘쳐 날 때 금융당국 수장들이 과잉충성해서 칼춤을 춘 일이 되풀이 돼선 안된다. 이 경우 1차 피해자는 민간 금융사들이지만 칼춤을 춘 당국자들 역시 뒤끝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배구조와 인사에 대한 문제는 좀 못마땅하더라도 개별 민간금융사와 이사회에, 더 크게 보면 시장에 맡겨야 한다. 외부 전문가와 명망가들로 구성된 사외이사들이 바보는 아닐 것이다. 이것 하나만 실행해도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은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권과는 엄청난 차별성을 갖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몇 걸음 더 앞으로 나갈 것이다. 간섭하고 개입할 게 있고, 놔두고 지켜봐야 할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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