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 유럽서 역풍…佛마크롱 "예루살렘 선언 국제법 어긋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회동한 뒤 공동 회견 중에 서로를 바라 보고 있다./AFPBBNews=뉴스1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럽을 찾아 예루살렘 사태의 봉합을 시도했지만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10일(현지시간) AFP 등 외신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지만 예루살렘 사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걸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예루살렘은 지난 3000년간 이스라엘의 수도였고 지난 70년간은 유대인 국가의 수도였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파리는 프랑스의 수도이고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며 "우리는 당신의 역사와 선택을 존중하고 당신도 친구로서 우리의 역사와 선택을 존중할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이 국제법에 어긋나고 평화 협상에도 위험하다고 맞섰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제 땅이라고 주장하며 공존해온 곳이다. 국제법상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곳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는 데 용기를 내 우리를 막다른 길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미국 한 나라에 달린 게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평화를 이루려는 능력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은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통해 가자·서안지구에 대한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이후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모두 국가로 인정하는 내용의 '2국가 해법'을 전제로 평화협정을 추진해왔다. 보수강경파인 네타냐후 총리는 마크롱의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주도한 중동 평화협상에 반대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유럽연합(EU) 수도 격인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하지만 이곳에서도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AF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예루살렘 문제로 유럽에서 압력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7일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이 우리를 암흑기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현지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제3차 인타파다(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봉기)를 선동하고 나선 가운데 이스라엘의 총격과 공습으로 이날까지 팔레스타인인 4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는 이날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이스라엘 경비요원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스웨덴 제2 도시 예테보리의 한 유대교 회당은 이날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이밖에 요르단, 레바논, 터키, 이집트,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랍·이슬람 국가에서는 수만 명이 반미·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