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發 금속시장 지각변동…파장 더 커진다

'전기차 시대' 도래로 원자재 시장이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석유 중심' 원자재 시장이 지고 전기차에 쓰이는 금속 값이 광범위하게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가 19세기 이후 가장 큰 원자재 수요 변화를 경험하게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을 전했다. 산업의 발달로 19세기 이후 석유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전기차 상용화가 원자재 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리란 것.


이미 리튬·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금속은 최근 2년간 2배 가까이 올랐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폭넓게 쓰이는 니켈·구리 등도 올해 수년 내 고점을 찍었다. 올해 첫 10개월동안 전 세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판매가 전년동기에 비해 50% 늘면서다.

이들 금속은 앞으로 수년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 판매대수가 올해 120만대에서 2035년 3150만대로 늘어나리란 전망 하에서다.

씨티그룹은 리튬 수요가 2021년까지 매년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고, 모간스탠리는 코발트 수요가 2025년까지 약 450%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JP모간은 2025년까지 니켈 수요가 현재보다 10배 더 늘어나고, 구리 역시 자동차 수요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리라 관측했다.

1년간 코발트 가격 추이/자료=인포마인닷컴

아울러 전기차 판매 증가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에서 배선장치에 쓰이는 재료까지 랠리를 구가하는 금속도 늘어나리란 관측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망간, 바나듐, 몰리브덴 등이 앞으로 몇년 간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속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이미 자원개발업체 '리튬아메리카'의 주가가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 올해 202% 급등했고, 캐나다 코발트 탐사 채굴업체 '퍼스트코발트' 주가도 같은 기간 215% 뛰었다.

전기차 시대가 일부 금속가격은 끌어내릴 수 있단 전망도 있다. 팔라늄, 백금 등은 전기차 부상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금속이다. 이들 금속은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데 쓰이는데 내연기관차 감소가 배기가스 감축으로 이어져서다. 코발트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비싼 코발트를 대체할 더 저렴한 금속 배터리를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맥스웰 골드 ETF증권 투자책임자는 "우리는 원자재 시장에서 다음 세대가 도래하는 티핑포인트(서서히 진행되다 한순간 급변하는 지점)에 있다"며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지 지금 결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도 원자재 시장이 뒤흔들리진 않을 것이라 보기도 한다. 전기차 붐이 1990년대말 닷컴버블과 유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당시엔 모두가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거라고 믿으며 정보기술(IT)주에 대거 투자했다. 그러나 살아남은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또 금속 가격이 높아지는 데 대응해 생산이 늘어 시장에서 가격이 내려가면 예상만큼 격변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더 회의적으로는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을 확신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낮은 휘발유 가격으로 내연기관차 사용이 길어질 수 있고, 정부가 혜택을 주지 않을 때 실제로 소비자들이 얼마나 전기차를 살 지도 미지수여서다. 실제로 홍콩 당국이 전기차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면서 테슬라의 홍콩 판매가 이번 달 증가세를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