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協, 法보단 시장자율 '가닥'…단말기자급제 입법화 '찬물'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정책협의회)가 통신업계 쟁점현안인 ‘단말기 완전자급제(이하 완전자급제)’와 관련해 강제 법제화보단 민간 자율에 의한 자급 단말기 활성화 쪽에 무게를 둔 협의 결과를 이번 주 안에 발표한다. 올해 국회를 중심으로 급류를 타왔던 완전자급제 입법화 논의에 새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책협의회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제안으로 지난달 출범한 사회적 논의기구로, 통신 요금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한 중장기 정책방안을 주로 논의한다. 협의회 참여 대상자로 정부부처, 이해 당사자(업계)는 물론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들이 망라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협의 결과가 정부 정책뿐 아니라 국회 법제화 과정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관정책협의체, 자급시장 활성화 ‘가닥’=이통사 대리점에서 병행해오던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개통을 분리하자는 ‘완전자급제’는 정책협의회의 첫 의제였을 정도로 통신업계의 뜨거운 현안이다. 현재 국회에도 여야가 각각 완전자급제 관련 법률안을 발의했다.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 알뜰폰 업계, 이동통신유통업계 등 각 이해 당사자 대표들과 소비자 시민단체 등이 참석해 두차례 협의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완전 자급제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 유통업계는 논의 초기부터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제조사는 완전자급제를 도입해도 기대했던 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제시했고, 시민단체와 알뜰폰 업계도 법률로 강제하기보단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전 자급제 도입 필요성을 거론했던 이통사 진영도 협의과정에선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제시하며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지난 8일 개최된 2차 회의에선 △선택약정할인율 25% 등 기존 소비자 후생 보장 △오픈마켓 단말기 출시 의무화 등 완전자급제 입법 절차가 진행될 경우 전제돼야 할 조건들이 집중 논의됐다. 또 자급 단말기 활성화를 위해 자급제 폰으로 가입할 수 있는 다양한 요금제도 활성화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심요금제나 선불요금제가 대표적인 예로 제시됐다.


협의회는 이번 주 중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최종 회의를 개최하고 2, 3차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취합·정리할 방침이다. 논의결과는 국회 상임위원회(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해 향후 입법 과정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완전자급제 입법화 급제동 걸릴까=정책협의회 참여자들이 대부분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밝힌 만큼 국회에서 진행되는 완전자급제 법제화 논의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정책협의회가 형식상 행정부의 정책 자문기구에 불과하고 논의 결과 역시 국회 상임위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지만, 완전자급제 관련 이해당사자 대부분이 협의기구에 참여한데다, 이들간 의견 절충을 거친 사안이라는 점에서 입법화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회에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과 박홍근·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안 등 2건의 완전자급제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정책협의회에서 논의된 업계 자율 자급제 단말기 활성화 방안이 대부분 법적 구속력 없이 제조사와 이통사 등 업계의 자율적 실천에 의지해야 하는 방안이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아울러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체제 유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완전자급제 도입 찬성론자들의 목소리가 쉽게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