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기업과의 대화' 개시… LG부터 만난다(상보)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계와의 소통을 위해 기업인과의 대화를 시작한다. 첫 행선지는 LG그룹이다.지난 6월 취임 후 김 부총리가 대기업을 방문하는 건 처음이다.

그 동안 소상공인, 창업·벤처기업 위주로 현장 일정을 소화했던 김 부총리는 LG그룹에 이어 다른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 등과 접촉을 이어간다.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52시간),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규제 완화 등 경제 현안에 대한 해법이 나올지 이목이 쏠린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12일 오전 11시에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에서 구본준 부회장 등 경영진과 간담회를 연다.

정부는 김 부총리와 구 부회장이 1대 1로 면담하는 대신 규모를 키워 간담회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 정부에선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함께 한다. LG그룹은 하현회 LG 대표이사,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LG 협력업체 대표 등이 참석한다.

이번 간담회는 김 부총리와 기업 간 연쇄회동의 첫 출발점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8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기업 현장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김 부총리와 박 회장은 정부-재계를 잇는 ‘핫라인’을 가동한 셈이며 기재부는 대한상의 추천을 반영해 LG그룹부터 가기로 했다.

김 부총리와 LG그룹 경영진은 △신산업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자리에는 LG 협력업체 대표가 참석해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방안도 같이 논의한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매긴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등급에 LG그룹 계열사는 다수 포함돼있다.

김 부총리가 취임 후 대기업을 찾은 적은 없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최저임금 16.4% 인상 같은 정책으로 인해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을 홀대 한다는 분위기가 존재했고, 게다가 김 부총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혁신성장의 정책 초점도 대기업보단 창업·벤처기업에 맞춰 있던 시점에서 김 부총리의 행보는 그만큼 시선을 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김 부총리는 하반기에 접어 들면서 “창업·벤처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기업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축”이라고 메시지를 계속 냈고 박 회장과 만난 자리에선 “재계가 정부에 바라는 요구사항을 담은 제언집을 문 대통령이 꼭 읽어보라고 일독을 권했다”고 말하는 등 재계와 협력을 위한 제스처를 보였지만 재계는 계속 소외감을 느껴 왔다.

그런 만큼 김 부총리와 재계와의 만남을 계기로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 조율이 이뤄지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등이 관심사다. 재계는 기업들에 부담을 주는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불편해 하고 있으며 여야 3당이 합의한 근로시간 단축안 처리 속도가 지지부진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도 뒷전으로 밀린 것에 대해 답답함을 표시해 왔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 7일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찾아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하는데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고임금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편승하고 기업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지금의 제도는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을 독려하는 신산업 세제·예산 지원 방안, 규제 완화 방안 등이 정책에 담길 수 있는 사안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의 큰 줄기를 일자리 창출, 혁신성장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