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복 SC제일은행장, 연임…외국계 은행장 장기 집권 시동(상보)

박종복 SC제일은행장(왼쪽)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 사진제공=머니투데이DB, 씨티은행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모두 연임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박종복 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했다. 박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7일에 끝난다.


박 행장은 14일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연임이 확정된다. 박 행장은 연임이 확정되면 2021년 1월까지 SC제일은행을 이끌게 된다.

SC제일은행의 첫 한국인 행장으로 2015년 1월 취임한 박 행장의 경영 성과는 좋다. 취임한 2015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에는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37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5.9% 증가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 및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0.52%, 6.78%로 지난해보다 각각 0.06%포인트 및 0.70%포인트 개선됐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올해 SC그룹내 목표를 달성한 몇 안되는 은행중 하나로 알려졌다. 특히 박 행장은 SC그룹을 설득해 '제일은행'이라는 옛 이름을 복원하면서 대내외적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SC제일은행 임추위는 추천이유에 대해 "박 행장이 2015년 1월 행장 선임 이후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달성하고 올해 상반기 실적이 반등하는 등 비즈니스 모멘텀을 확립했다"며 밝혔다. 또 "행장으로서의 검증된 경험 및 리더십, 업무전문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박 행장에 앞서 지난 10월에는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박진회 행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2014년 선임된 박진회 행장은 2020년 10월까지 씨티은행을 이끌게 된다.

박진회 행장은 대규모 소매 영업점 폐쇄와 디지털 강화 등이 포함된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차질없이 진행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실적도 좋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72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3% 증가했다. 씨티은행 임추위는 "박진회 행장이 새로운 소비자금융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은행의 장기적인 전략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장은 비교적 장기 집권한다.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씨티은행장을 역임했다. 박종복 행장과 박진회 행장도 이번 연임으로 장기 집권 가능성을 높였다.

외국계 은행은 행장을 비롯해 해당 임원을 대신할 인물이 없거나 자격에 문제가 없으면 연임시킨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이 각각 3명, 2명을 행장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지만 행장을 제외한 다른 후보군들이 행장을 대신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외국계 은행은 행장 등 주요 고위직에 대해 후계자를 꾸준히 양성한다. 이는 국내 금융당국이 제도화한 최고경영자 승계계획과 비슷하지만 운영하는 모습은 다르다. 후보군을 관리하고 육성하는 건 같지만 회사가 후보군을 철저히 검증한다. 예컨대 외국계 은행장도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경영성과가 좋지 않으면 중간에 언제든 해임되기 때문에 임기가 중요하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차기 경영진이 회사의 철저한 관심 속에 육성되는 반면 국내 금융회사는 차기 경영진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비교적 약하다"며 "외국계 은행이 관리하는 행장 후보군이 적지만 큰 문제가 없는 것도 실력을 꾸준히 검증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