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절반인 싱가포르에 '임금투쟁' 중 일감 뺏긴 한국 조선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규모 에지나 FPSO 모습.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싱가포르 조선업체 셈코프마린이 발 빠른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높아진 경쟁력으로 한국 업체들과의 수주전에서 연이어 승전보를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이 내년까지 7300억원의 적자를 '커밍아웃'하는 등 2019년에서야 흑자를 예상하는데 반해 셈코프마린은 오히려 2019년 이익이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상반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조선사인 셈코프마린은 2019년 이익이 올해보다 50%늘어난 약 150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업이 불황에 직면하자 2015년 일찌감치 내부 단속을 마치며 공격적인 영업에 집중한 성과가 벌써 나타나는 것이다.

셈코프마린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감 감소 영향으로 최근 10년 새 최저수준의 실적을 기록했었다. 2015년 2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자 같은 해 구조조정에 착수해 이듬해 1800억원대의 이익을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싱가포르는 인근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등에 기자재 공장도 운영하고 있어 부품을 싸게 들여오는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셈코프마린의 임금 수준은 지난해 기준 국내 조선업 평균 연봉 6506만원의 절반정도로 알려졌다. 여기에 2년째 임금 동결 및 하청 포함 인력을 1만여명 가까이 줄이고 수주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만 이익이 전년보다 16% 상승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역시 내년부터 닥칠 일감 감소를 대비해 고정비 절감을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까지 7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4분기 56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보다 인력 구조조정이 더디며 고정비 절감에 실패한 여파가 그대로 나타난다고 고백한 것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아직도 임금협상을 놓고 명확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129,400원 ▲4,100 +3.27%)은 지난해와 올해 2개년도 임금협상을 놓고 이달부터 사측과 협상을 재개했고, 삼성중공업은 협상을 잠정 보류했다.

삼성중공업 (9,680원 ▲50 +0.52%)은 내년 3개년도치 임금협상을 동시에 벌일 예정이다. 회사가 생산직 및 사무직 사원, 대리급 임금 10% 반납을 추진한 것과 관련, 반발이 있자 위기부터 극복하자며 협상을 미룬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34,950원 ▲200 +0.58%) 역시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동결 및 내년 전직원 10% 임금 반납안을 요구한 반면, 노조는 기본급 3.8%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셈코프마린은 올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했던 해양플랜트서 연달아 물량 뺏기에 성공하는 등 수주 실적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지난달 셈코프마린은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스타토일의 요한카스트버그 프로젝트에 투입될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를 4억9000만달러(약 5500억원)에 수주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국내 조선 3사보다 평균 1000억원 정도(약 15%)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을 따낸 것이다.

앞서 영국 로열더치쉘이 발주한 멕시코 비토프로젝트에 투입되는 FPU(부유식 원유생산설비) 수주전은 3400억원 규모에 삼성중공업의 계약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결국 셈코프마린이 이보다 저렴한 약 3280억원에 일감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해양플랜트 수주에 주력하기 위해 첨단조선소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셈코프마린은 드론을 활용해 작업자가 위험할 수 있는 환경을 검사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로 선박을 가상으로 복제해 최적인 원가절감 방법 찾기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기술은 내년부터 현장에 적용될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주절벽을 겪었던 조선업계는 내년부터 현장에 일감이 급격히 줄어든다"며 "고정비를 조금이라도 줄이지 않으면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