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돌풍… 강남 자산가 단기투자 상품 바뀐다

"6개월짜리 발행어음에 10억원을 한 번에 투자하거나, 판매 물량을 미리 잡기 위해 대기자금을 넣어두기도 합니다."

11일 한국투자증권 압구정 PB(프라이빗뱅킹)센터 일부 고객들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을 매수하기 위해 대기표를 뽑듯 직원에게 투자를 예약하기도 한다.


그동안 갈 곳 잃은 단기성 자금이 RP(환매조건부채권)나 전자단기사채(전단채), MMF(머니마켓펀드) 등으로 유입됐다면 최근 부동자금의 물꼬가 발행어음으로 트이고 있다.

박종진 한국투자증권 압구정 PB센터 팀장은 "발행어음은 정기예금이나 RP, 전단채 금리와 비교해 0.5~1%포인트가량 높고 신용등급도 전단채보다 한 단계 높아 거액 자산가에게 매력적인 단기자금 투자처"라며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투자 문의가 올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시장 조정을 우려해 관망하던 단기성 자금도 6개월 안팎의 발행어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높다"고 덧붙였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자체 신용으로 융통어음을 발행,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는 1년 이하 단기 금융상품이다. 기존 증권사는 불가능했던 업무로, 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 육성을 목적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초대형 IB'로 지정한 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지난달부터 발행어음을 허용했다.

지난달 초대형 IB로 지정된 5개 대형사 중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게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퍼스트 발행어음'이란 상품명을 달고 증권업계에서 첫 선을 보였다.

발행어음은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의 신용 상품이므로 일반적인 CP(기업어음)보다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금리도 경쟁 상품보다 높아 거액자산가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퍼스트 발행어음은 투자기간별로 △7~180일 연 1.2~1.6% △181~270일 연 2.0% △271~364일 연 2.1% △365일 연 2.3% 금리를 각각 적용한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CMA(종합자산관리계좌)형 발행어음 금리는 연 1.2%다.

주로 만기 6개월과 1년짜리 발행어음이 인기를 끌고 있다. 6개월부터 확정금리가 연 2.0%를 웃돌아 심리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게 느껴진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지난 27일 내놓은 1차는 한도 5000억원을 이틀 만에 소진했고 이날 2차 판매에 돌입한 상태다. 판매 한도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1차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발행어음의 인기가 달아오르면서 전단채 수요는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단채는 종이가 아닌 전자방식으로 발행해 유통하는 만기 1년 미만 채권으로, 투자자 입장에선 발행어음과 유사하다.

지난 3분기에 발행된 전단채는 282조3000억원으로 2분기 235조7000억원보다 19.8% 증가했다. 증권사가 발행된 전단채 여러 개를 묶어 투자한 뒤 수익을 지급하는 전단채 랩어카운트의 경우 몇 시간 만에 '완판'되던 현상이 사라졌다.

신한금융투자 지점 관계자는 "전단채 랩어카운트는 3개월 만기로 3개월마다 연장할 수 있으며 연 2% 초반대 수익을 내고 있다"며 "매달 일정액을 판매하면 하루에 동이 났는데 최근 수요가 조금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