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세일' 출혈경쟁에도…해마다 브랜드숍 매출 '뚝뚝'

화장품 브랜드숍 매장이 늘어선 서울 명동거리/사진=뉴스1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에 구조조정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무엇보다 점포당 매출이 부진해서다. 우선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명동 등 관광상권 매장은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어드는 직격탄을 맞았다. 일반상권 매장 역시 경기 침체, 포화된 시장에서 과도한 출혈 경쟁 등으로 실적 감소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개별 매장의 영업 부진은 브랜드숍 전체 매출 감소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11일 관련 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주요 화장품 브랜드숍 8개(상위 10개 중 분기 매출 공개하지 않는 스킨푸드·바닐라코 제외)의 누적매출은 총 2조3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조3267억원 대비 13.9% 감소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4분기 실적을 반영한 올해 전체 매출도 전년보다 10% 안팎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주요 브랜드숍의 연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365일 세일해도 장사 안 돼"…해마다 매출 뚝뚝=매년 수백개씩 증가하던 매장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본격적으로 줄어든 것도 업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기존 매장의 매출도 급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다수 화장품 브랜드숍의 가맹점 연평균 매출이 2014년 대비 두자릿수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 2015년 가맹점 매출을 공개하지 않은 토니모리를 제외하면 모든 브랜드숍 가맹점 매출이 줄었다.

더페이스샵의 가맹점 연평균 매출은 2014년 4억957만원에서 2016년 3억2782만원으로 19.9% 감소했다. 미샤는 2014년 3억3562만원에서 2016년 2억9073만원, 네이처리퍼블릭은 4억5647만원에서 2016년 3억1839만원으로 각각 13.4%, 30.2% 줄었다.

A화장품업체 한 임원은 "올해 가맹점 매출 정보는 내년에야 공개되겠지만 지난해보다 훨씬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관광상권 점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점포 매출도 크게 줄어든 것이 공통된 현상"이라고 귀띔했다.


B업체 마케팅팀장은 "브랜드숍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연중 40~50% 세일행사를 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장품 업계가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며 "예전만큼 세일효과가 크지 않아 해가 갈수록 매출도 감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별 격차 더 커질 듯…M&A 등 매물 더 나올수도=수년내 브랜드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매장과 브랜드 관리를 하겠지만 자금력이 약한 브랜드숍의 경우 점포수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브랜드숍 시장 포화 논란에도 수년간 이니스프리 매장수를 늘려 왔다. 2013년 795개였던 이니스프리 매장은 2015년 1000개를 돌파했다. 2016년 1076개, 올해 1103개 등 꾸준한 투자를 지속해 국내 브랜드숍 가운데 매출 뿐 아니라 매장수 기준으로 1위 자리를 꿰찼다. 에뛰드하우스 역시 브랜드 콘셉트 재정비 과정을 거쳐최근 2년간 30여개 매장을 추가로 열었다.

기업인수합병(M&A) 시장에 화장품 브랜드숍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올 상반기 서영필 에이블씨엔씨(미샤) 회장이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했고, 브랜드숍은 아니지만 AHC로 잘 알려진 카버코리아가 팔린 것도 화장품 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거래라는 해석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포화 등으로 회사를 더 이상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소 화장품 브랜드 오너들이 M&A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