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릴까 말까"…FRB 흔드는 아마존

/AFPBBNews=뉴스1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걸림돌로 부상했다. 아마존이 저가 구매를 부추겨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는 통에 FRB가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FRB가 금리인상 여부를 숙고하고 있지만 아마존이 FRB의 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아마존을 통한 가격비교로 가장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려 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여파로 금리인상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FRB가 혼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다른 주요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못 미쳐 고민하고 있다. 경제와 증시에서 감지되는 과열 신호는 금리인상을 정당화하지만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아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 압력이 미약한 걸 여러 요인 탓으로 본다. 인구 고령화, 낮은 생산성, 세계화 등이 맞물려 기업들이 제품·서비스 가격이나 임금을 인상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WSJ는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 이상이라며 아마존이 주도한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증가도 추가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을 비롯한 전자상거래업체들이 가격비교를 통한 최저가 정책으로 물가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아마존 효과'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온라인 가격 경쟁이 식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0.1%포인트, FRB가 물가척도로 선호하는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상승률은 0.25%포인트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알베르토 카발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슬론) 교수는 소비자의 가격 비교 능력이 소매업자의 가격 결정력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전자상거래에서 소매지출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소매지출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한 비중은 2008년 3분기 3.6%에서 올 3분기 9.1%로 높아졌다. 특히 책, 앨범, 비디오, DVD 등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고 스포츠용품, 소비가전제품도 비슷한 수준에 근접했다. 소비 판도가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말이다.

트레이시 이셀 마이크로소프트(MS) 글로벌 소매·소비재 담당자는 전자상거래시장이 커지면서 소매업계가 밑바닥 가격을 향한 출혈 경쟁을 하는 주유소를 닮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부문에서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마존 효과가 크거나 보다 광범위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구조적인 힘이 크다면 통화완화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물가상승 압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 목표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하는 중앙은행들의 임무가 여러모로 어려워진 셈이다.

한편 FRB는 오는 13일 이틀 일정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무리한다. 시장에서는 FRB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1.25~1.50%로 0.25% 올릴 게 확실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