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매물 없소"…금융권 새해 '비은행' M&A 몰두

국내 주요 금융그룹과 은행들의 새해 경영전략 수립이 마무리된 가운데 핵심 키워드로는 M&A(인수·합병)가 떠올랐다. M&A 대상은 비은행 부문에 집중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보험사, 해외에서는 서민금융 또는 캐피탈 회사 등이 유력 후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새해 경영계획 확정을 위한 절차를 마무리한 가운데 빠짐없이 M&A를 새해 핵심과제로 내세웠다.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새해 경영계획을 확정한 신한금융지주는 '비은행과 글로벌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 M&A'를 그룹 가치 제고의 선결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베트남 ANZ 소매금융부문 인수, 필리핀 이스트웨스트뱅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올해 성과로 은행 부문은 아시아 벨트 구축이 이뤄졌다는 판단 아래 비은행 M&A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카드·증권 등이 현지에 진출해 있지만 아직 안착하지 못한 만큼 성장가능한 사업 모델을 더 확보해야 한다"며 "M&A는 물론 지분투자,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방안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그룹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단추로 거론되는 손해보험사 M&A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올해 리딩뱅크 탈환에 이어 내년 '수성'에 나서는 KB금융지주 역시 지난 8일 이사회를 열어 새해 경영계획을 승인한 가운데 윤종규 회장의 두 번째 임기가 마무리되는 2020년까지 '리딩금융그룹 1위 수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해법은 역시 M&A다. '국내외 대형 M&A를 통해 경쟁사와의 구조적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선 생명보험사를 눈여겨 보고 있다. 지난달 20일 연임을 확정한 주주총회 직후 윤 회장이 직접 "생명보험 쪽이 취약하다",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에 전략에 부합하면 인수를 고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쟁사 대비 취약한 글로벌부문의 경우도 M&A를 검토하되 방식을 다양화한다. 은행의 경우 규제가 까다로운 만큼 지분 인수나 합작 회사 설립 등의 방법을 활용하고 캐피탈·카드사 등은 인수 대상으로 고려한다.

하나금융지주의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새해 목표로 제시하면서 그 첫 단계로 현재 추진 중인 하나UBS자산운용의 계열 편입을 꼽았다. UBS가 보유 중이던 지분 51% 인수 작업을 마무리해 저금리 시대에 중요한 자산관리 수요를 충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 올해 진행된 비은행 강화 전략수립 컨설팅의 결과를 바탕으로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하나금융에서 영위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사업분야도 금융 서비스의 확대와 그룹의 장기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임원 경영전략토론회를 가졌다. 이후 신임 행장으로 선임된 손태승 내정자는 당시 토론회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연내 완료를 목표로 인도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 회사 인수를 추진 중인데 관건은 깐깐하기로 이름 난 인도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다. 하지만 우리은행 내부에선 글로벌부문장 시절부터 손 내정자가 공을 들여온 만큼 승인을 낙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주사 전환의 일환으로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손 내정자는 지난 8일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종합금융그룹으로 가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비은행 계열사를 갖춰야 하는 만큼 자산운용사 등 소규모 금융사부터 단계적으로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새해 사업계획수립을 마무리한 IBK기업은행은 글로벌 부문의 최대 화두로 인도네시아 진출을 꼽았다. 기업은행은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두 곳을 대상으로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성사된다면 창립 후 첫 해외 인수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