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역발상 투자, 中 배터리 장벽 열까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동참한 최태원 SK (161,300원 ▼700 -0.43%)그룹 회장이 한국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 장벽'을 걷어내는데 핵심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드 정국으로 한중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차이나 인사이더'(외부자가 아닌 내부자로서의 중국시장 접근 전략) 추진의 고삐를 더욱 죈 역발상 투자가 '중심(中心)'을 움직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 회장은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문 대통령을 비롯,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등과 함께 참석했다.


포럼에 참석한 중국 측 기업 가운데는 SK와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유독 많다.

세계 3위 LCD TV 제조업체 TCL은 SK종합화학과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화학재료 생산 합작사 설립을 추진 중이며 중국국영건축공정총공사는 SK건설과 해외 공동진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노펙은 SK와 고부가가치 PVB필름 합작사 설립에 나섰다. SK는 시노펙의과 합작 화학사 중한석화도 중국 현지에서 운영 중이다.

특히 중한석화는 이날 포럼에서 한중 기업 간 협력 대표 사례로 선정되며 한국과 중국의 경제인들에게 소개됐다. 중한석화는 최근 7400억원 규모의 설비 증설도 결정했다.


중국에 제 2의 SK를 세운다는 목표로 차이나 인사이더를 10년 이상 가동한 결과물이다. 특히 SK는 사드 정국으로 한중 관계가 경색됐던 올해 1~10월에도 국내 기업 중 가장 공격적으로 현지 투자를 늘렸다.

올해 투자 금액은 3조원에 육박한다. SK (161,300원 ▼700 -0.43%)(주)는 약 3720억 원을 들여 중국 2위 물류센터 운영기업 'ESR' 지분 11.77%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SK(주)와 SK이노베이션 (107,500원 ▼2,500 -2.27%), SK하이닉스, SK텔레콤 (51,000원 ▼100 -0.20%)은 약 1조4756억 원을 SK그룹의 중국 지주회사인 SK차이나에 출자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세미컨덕터차이나에 1조1161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국내 주요 기업이 현지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늘려 중국 정·재계와의 꽌시(關係)를 더욱 돈독히 하고 사드 정국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역발상 투자가 한국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 장벽을 걷어내는데 일익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중국은 올해 11차례에 걸쳐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발표했는데 SK이노베이션 (107,500원 ▼2,500 -2.27%)과 삼성SDI (413,500원 ▼8,500 -2.01%), LG화학 (373,000원 ▼8,500 -2.23%) 등 한국 업체가 제조한 배터리 탑재 전기차들은 모두 제외됐다. 중국은 전기차 1회 충전 당 주행 가능 거리별로 300만~75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국 배터리에 대한 이 같은 보조금 장벽은 사드정국에 따른 중국의 대표적 경제 보복 조치로 꼽혔다.

중국은 사드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부터 한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올해 일본 업체들은 보조금 명단에 포함시키며 한국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이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확대 등 민간외교 차원에서의 접근이 이번 방중 기간 어떤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며 "특히 이날 포럼에는 CATL과 BYD등 중국의 대표적 전기차 배터리 업체 CEO들도 참석해 최 회장과 이들과의 교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