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임대등록 유도책, 다주택자들 '시큰둥'

13일 정부가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당초 다주택자들의 자발적인 등록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당근'으로 기대됐던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취득·보유·양도소득세 감면 확대가 빠졌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수준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정부 입장에선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다주택자에 대한 '부자감세' 논란을 피하고 단계적으로 보유 주택을 처분하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당장은 서울 등 중심지에 6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에 나서기보다는 득실을 따지며 버티기에 돌입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등록 임대주택에 적용됐던 취득세·재산세 등 감면 기한을 2021년까지로 연장하고 임대사업자의 건보료 부담을 감면해주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 이후 임대등록 의무화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 등은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뒀다.

시장에선 당장 다주택자들이 자발적으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할 수 있는 '당근'이 기대에 못 미치고 '심리적인 압박'만 주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특히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이나 3주택 이상 보유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사실상 부재해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버티기'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당장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보료를 대폭 깎아주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인센티브로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목표를 단기에 달성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한다고 해도 메리트(이익)가 거의 없어 차라리 시장여건에 따라 임대료 인상이 용이한 현 상태로 남으려고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도 "당초 시장에선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세금 감면 확대를 가장 기대했는데 이 부분이 완화되지 않아 수도권 다주택자들을 유인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며 "서울에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입장에선 집값과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세금부담을 안고 말지 굳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원 역시 "다주택자들이 기대하던 유인책이 이번에 거의 나오지 않아 지금 상태로 시장에 남아있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특히 서울 주요 주택들은 집값과 임대료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당장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버틸 때의 패널티(불이익)를 감수하는 게 낫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평가하는 이번 대책이 오히려 강남 주택시장을 달구거나 전월세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월 들어 강남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시세가 10% 안팎 급등하는 등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변두리 주택을 처분하고 '알짜 자산'만 남기려는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으로 강남 시장이 또 한번 출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는 현재 집을 팔건지,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할건지, 버틸건지, 상속 혹은 증여를 할 건지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번 대책으로 투자가치가 높은 부동산으로 압축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하락 신호가 분명해지고 보유세 인상 방침이 확정되면 다주택자들이 '팔자'로 선회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심 교수도 "강남은 공급이 줄고 수요는 계속 몰려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에서 다주택자의 투기를 막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든가 집을 되팔라고 압박하는 상황이지만 집값을 누른다고 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세로 가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부장도 "지금 서울은 강북 재개발과 강남 재건축에 대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히 높아서 정부의 전방위 대책에도 시장이 쉽게 꺾이지 않는 양상"이라며 "각종 악재는 있지만 내년에도 서울 중심지 집값은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 대책 효과가 단기간 내 나타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상당수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내년 양도소득세 중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보유세 강화 가능성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이슈가 산재해 있는 만큼 정부가 시장 향방을 면밀히 살펴 정책 속도조절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