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정부 대책 사전 유출, 공직기강 '도마'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정부가 13일 확정한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의 주요 내용이 사전에 온라인에 유출됐다. 정부 부처 공무원만 접근 가능한 자료가 온라인에 유출됐다는 점에서 공직기강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비트코인 대책회의를 열었다. 언론에는 오전 9시30분께 회의 개최 사실을 알렸다.

회의는 홍남기 실장 외에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세청, 경찰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정부 부처, 통화당국 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비공개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국무조정실은 회의에서 확정한 내용을 확정해 보도자료를 만든 뒤 오후 2시37분께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 55분부터 인터넷엔 회의 내용이 나돌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온라인커뮤니티에 '회의 언론보도 기사 퍼왔다...믿거나 말거나'라는 제목으로 대책회의 보도자료 사진 3장이 올라왔다. 회의가 끝나고 30여분이 지난 상황이었지만, 내용이 공표되기까지 2시간 40여분 앞선 시각이었다.

유출된 자료들에는 △미성년자와 외국인 계좌개설 및 거래 금지 △금융기관 가상통화 보유, 매입 등 금지 △가상통화 범죄 엄정단속 및 환치기 실태조사△과세 여부 검토 등 주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부가 나중에 배포한 보도자료와는 일부 문구와 문장 배열이 다를 뿐이다.

특히 이같은 정보가 사전에 나돌면서 이날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거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비트코인 거래를 보면 오전 중 당국이 비트코인 거래를 전면 규제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급매도 물량이 다수 쏟아졌는데, 회의 내용이 전면 규제는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수세가 유입됐다.

국무조정실도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회의 어떻게 유출이 됐는지 경위를 아직 모르겠다"며 "회의장에서 사진을 찍어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