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156%… 사상 최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을 찾은 시민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다. 2017.10.24./사진=뉴시스

3분기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5.5%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되며 한자리수 증가율을 회복했으나 여전히 소득보다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상승시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부담이 커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7년 12월)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가계부채 잔액은 전년동기대비 9.5% 늘어난 141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11.6%), 올해 1분기(11.1%)보다 낮아지며 한 자리수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2013~2014년 3~6%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3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155.5%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1%포인트 상승했다. 3분기 가계부채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9.5%,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5.5%로 소득보다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처분가능소득은 개인 소득에서 세금 등 비경상지출을 뺀 개념으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을 나타낸다.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예년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 3분기말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46%로 추정됐다. 2010~2014년 평균치 45.7%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년동기대비 자산 증가율은 7.5%, 부채 증가율은 8.9%로 집계됐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3분기말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4.6%,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49.1%로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정부와 감독당국이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등 정책 효과를 펼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를 토대로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은 대체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 대출금리 상승으로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들 계층의 소득여건 개선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대출 증가세는 둔화되는 흐름을 이어갔다. 3분기말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전년동기대비 2.4% 늘어나는데 그쳤다.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대기업대출이 크게 줄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업황 호전과 자구노력에 힘입어 개선됐다는 평가다. 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올 6월말 73%로 전년말(79.6%)보다 낮아졌다.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올해 상반기중 9.0배로 지난해 상반기(6.8배)와 비교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중소기업대출이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과 업황이 여전히 부진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내외 여건 악화시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명목GDP(국내총생산)중 가계와 기업부채를 포함한 민간신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기말 193.7%로 지난해말 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명목GDP 중 가계신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94.1%로 전년말대비 1.3%포인트 오른 반면 기업신용 비율은 99.6%로 0.8%포인트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