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성장 기업, 제조업만 4년새 1100개 '뚝'

2016년 기준 기업생멸행정통계/자료=통계청

매출액과 상용근로자 수가 연평균 20% 넘게 늘어난 초고속성장 기업이 제조업에서만 4년 만에 1100개 넘게 줄었다. 17대 산업 전체 감소 규모를 웃도는 숫자다. 질 좋은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의 근간인 제조업 활력이 갈수록 뒤처지는 모습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토양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16년 기준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출액·상용근로자 수가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고성장기업은 지난해 4093개다. 전년 대비 95개(2.4%) 늘었다. 이 중 가젤기업(창업 후 5년 이내 기업)만 보면 20% 이상 성장한 곳은 1096개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98개(9.8%) 증가했다. 고성장기업은 상용근로자가 10명 이상인 기업 가운데 추려졌다.

고성장기업과 가젤기업 수 모두 1년 전보다는 개선됐다. 하지만 통계청이 이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9년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양상이 다르다. 고성장기업은 관련 통계가 가장 좋았던 2012년(5103개)보다 1010개(-24.7%) 줄었다. 가젤기업은 같은 기간 51개(-4.7%) 감소했다.

고성장기업이 줄다 보니 고성장 비율 역시 축소되고 있다.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기업 가운데 고성장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2.7%에서 2.3%(2013년)→2.1%(2014년)→1.9%(2015·2016년)으로 작아졌다.

17대 산업별로 보면 온도 차가 크다. 국가 경제와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큰 제조업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해 제조업 고성장기업은 1300개로 2012년보다 1102개(-84.8%) 줄었다. 전체 고성장기업 감소 폭(1010개)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제조업 가젤기업은 376개로 2012년 대비 108개(-28.7%) 감소했다. 제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은 증감 폭이 100개 안팎이다.


지역별로는 울산이 가장 저조했다. 울산에 기반한 고성장기업은 2012년 153개서 2016년 76개로 77개 줄었다. 감소 폭은 101.3%나 됐다. 경남(-66.6%), 인천(-50.2%)도 상위권에 올랐다. 세 지역 모두 제조업 비중이 높은 곳이다.

지난해 영리기업 중 매출액 또는 상용근로자가 있는 활동기업은 전년보다 22만2000개 증가한 577만6000개로 조사됐다. 법인기업과 개인기업은 각각 58만5000개(10.1%), 519만1000개(89.9%)였다. 1인 기업은 전체의 79.5%인 459만1000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새로 문 연 신생기업은 87만6000개로 전년 대비 6만3000개(7.8%) 증가했다. 2015년 간판을 내린 소멸기업은 전년보다 13만7000개(-17.6%) 감소한 64만개다. 소멸기업은 2014년 전년보다 11만3000개 증가한 77만7000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역대 최다였다.

매출액별로 비교하면 신생기업과 소멸기업 모두 5000만원 미만 구간이 가장 많았다. 매출액 5000만원 미만인 신생기업과 소멸기업은 각각 전체의 70.8%, 74.0%를 차지했다. 소자본을 갖고 창업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만큼 폐업률도 높다는 얘기다.

2015년 활동기업 중 전년에 창업해 1년 동안 잘 버틴 곳을 뜻하는 생존율은 62.7%로 전년보다 0.3%포인트 늘었다. 2010년 신생기업 중 5년 생존율은 전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한 27.5%였다. 거꾸로 말하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창업 5년 내에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