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민정수석 업무라고 생각하냐"…우병우 "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스1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공직자와 민간인 등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에 대한 구속 여부가 14일 결정된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법원종합청사에 출석했다. 그는 '세번째 영장심사에 임하는 심경은 어떤가' '어떤 점을 소명할 것인가' 등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취재진을 등지고 걸어가던 우 전 수석은 다만 '불법 사찰이 민정수석의 통상적 업무라고 생각하느냐'는 마지막 질문에는 고개를 뒤로 돌려 "네"라고 답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날 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를 심리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또는 다음날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권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한차례 기각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최순실씨(61)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도왔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현재 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에게 자신에 대한 비위 의혹을 감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해 보고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지난 1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우 전 수석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 전 수석은 출마 예정이던 전직 도지사 등에 대한 부당한 사찰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뿐 아니라 '진보 교육감'으로 분류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등도 불법사찰 대상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우 전 수석은 문화·예술계와 과학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를 작성해 실행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국정원과 청와대 관계자들 조사를 거쳐 우 전 수석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까지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참고인으로 줄줄이 불러 조사하는 동시에 공범으로 꼽히는 추 전 국장을 구속 기소하고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다만 최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했고 지난 10일 비공개로 다시 불러 조사했다.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불법사찰 지시 등에 대해선 "민정수석으로서 수행한 공적 업무의 일환"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 전 수석은 앞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모두 세차례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두차례 구속 위기에 몰렸지만 핵심 피의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