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드', 文대통령 '원유 중단' 직접 언급할까

【다낭(베트남)=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달 11일 오후(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7.11.11.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중국 국빈방문 이틀째를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다음날에는 중국의 2·3인자인 리커창 총리와 장더장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장과도 만난다. 본격적인 중국에서의 '협상'이 시작되는 셈이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맞춰져있다. 지난달 베트남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새로운 출발"을 말했지만, 시 주석은 회담에서 기습적으로 "사드와 관련한 책임있는 자세"를 언급했던 바 있다. 이후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방중 직전 CCTV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중국 측은 집요하게 사드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한 발언의 '강도'와 '수준'에 보다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직접 사드 문제를 거론했으니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관련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고무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정상 차원에서 사드를 거론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양국 협의의 큰 틀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동남아 순방을 마치며 "방중 때는 사드가 문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사드 문제는 여전히 양국 관계의 '핫 이슈'이며, 이번 방중 과정에서 또 다시 거론될 게 유력하다. 중국인들이 '턱 밑에 들어온 위협'으로 간주하는 사드는 그 자체로 '절대권력' 시 주석의 위상에 타격을 준 대상이다. 시 주석의 중국 국내정치적 위상을 고려해서라도 사드는 꾸준히 언급될 수밖에 없다.

'북핵문제' 역시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미국 쪽에서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치러지는 한·중 정상회담이라 양국 정상의 북핵 관련 메시지에 어느 때보다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북한에 대한 '최대한도의 압박과 제재'를 내세운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원유공급 중단 등을 직접적으로 요청할 지 지켜볼 일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보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방문을 통해 시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대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중국은 거부반응을 보일 게 유력하다. 중국은 제재와 압박은 유엔 안보리 결의 수준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들도 북핵과 관련해 "중국역할론을 더 강요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정상회담의 또 다른 초점은 '경제협력'에 맞춰져 있다. 이날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을 개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특히 사드 배치 이후 우리 기업에 가해졌던 경제보복이 어느 수준에서 풀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내용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보다는 다음날 예정된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에서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방중 첫날인 13일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이미 분위기는 띄워 놓은 상황이다. 이번 방중에는 역대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가장 많은 규모인 기업·기관 등 305곳이 동행해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필리핀에서 리커창 총리와 만나 제안한 △중국 내 우리기업이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외정책 철회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 규제 철회 △미세먼지에 대한 양국 공동대응 등에 대해 가시적 성과가 나올지 여부도 주목된다.

사드, 북핵, 경제협력 모두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청와대는 '신뢰회복'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안보라인은 중국을 일종의 '무쇠솥'으로 보고 있다.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면서 다방면으로 교류를 활성화하다 보면, 무쇠솥이 천천히 달궈지는 것처럼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략이다.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 날 시 주석이 베이징을 비우고 난징대학살 80주년 공식 추모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홀대론'도 일었지만, 문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을 영접할 계획이었던 노영민 주중대사를 난징대학살 추모식장에 보냈다. 역시 '무쇠솥'을 천천히 달구기 위한 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