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지분 中에 팔지마"…美·日 '견제'나선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 지분을 중국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국과 일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우디와 중국이 가까워지는 상황이 에너지 안보와 중동 외교 측면에서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우디, 아람코 지분 IPO 대신 中에 매각 검토…美·日 ‘긴장’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사우디가 세계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를 글로벌 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 방식으로 상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애초 계획과 다르게 중국 국부펀드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수의계약으로 아람코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다.

사우디 정부는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경제개혁의 하나로 내년 아람코 지분 약 5%를 사우디 증시와 해외 증시에 각각 공개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750억달러(약81조원) 규모의 초대형 IPO로 런던, 뉴욕, 홍콩 등 주요 증시가 모두 눈독을 들여왔다.

그러나 지난 10월경 사우디 정부가 중국계 컨소시엄에 비공개 매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급해졌다. 미국 정부는 계속해서 사우디 측에 이를 우려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달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우디가 뉴욕에서 아람코 IPO를 한다면 매우 감사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발언도 사우디와 중국 간 협상을 의식한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역시 이후 사우디 정부와 수차례 회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건 중동의 우방 사우디가 아람코 지분을 매개로 중국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중동 정세가 복잡한데, 사우디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게 미국으로선 달갑지 않다. 일본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국을 경계한다. 사우디의 원유 수출 중 대일 수출은 일 126만배럴로 주요국 중 가장 많다. 중국이 사우디 원유에 ‘우선권’을 갖게 되는 상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中-사우디, 이해 관계 통하며 유대관계 부쩍 강화

미국과 일본의 희망에도 중국과 사우디의 외교·경제적 이해 관계는 통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16%를 보유한 아람코를 안정적인 공급처로 삼고 싶어한다.

외교적 이유도 있다. 중동지역에서 중국은 수십 년 간 방관자였지만, 최근 들어 수니파 맹주 사우디와의 유대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견제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국일 만큼 미국과 가깝다.

사우디 입장에서도 중국과 가까워질 유인이 상당하다. 중동 최대 ‘맞수’ 이란을 견제할 수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이란으로부터 막대한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사우디가 중국 석유 수입처가 되면, 사우디 입장에서는 중국과 이란이 더 가까워지는 걸 막을 수 있다. 미국 외교협회의 에이미 마이어스 자페 연구원은 “사우디가 원유를 이용해 중국을 이란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와 중국 간 협상은 매우 초기 단계로 알려졌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협상이 진전되기 위해선 양국 정상을 포함한 고위급의 논의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중국은 IPO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