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O설립 허가, 임상연구 지원시장의 본격화

2015년 여름 SMO(임상시험지원기관) 설립 허가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한 지방 의대에서 의사와 간호사의 파견금지 조항을 풀어 잘 훈련된 조직이 임상시험 연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그 해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고, 이 이야기는 공중에 붕 떠버렸다.


시간은 흘러 해를 넘겼고, 지난해 12월에 '의약품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이 개정됐다. 연구간호사(CRC, 임상시험코디네이터)의 파견이 허용되며 SMO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숙경 CC&I리서치(CC&I Research) 대표

김숙경 CC&I리서치(CC&I Research) 대표는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전문으로 하던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느껴 지난 2015년 창업을 시작했다. 시장을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었지만, SMO 설립에 대한 허가가 늦춰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클라이언트가 우리 회사를 CRO(임상시험수탁기관)로 알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SMO가 맞다"고 설명했다.

SMO는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미국, 일본 등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서비스다.

'의사 모집'을 비롯해 환자동의서·연구계획서 등 '프로토콜 작성', 환자의 임상시험 자료를 수집하는 'e-CRF(전자증례기록지)', 임상시험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메디컬 라이팅(Medical Writing)' 등 CRO가 담당하는 업무 외에 '연구코디네이터 파견업무'도 담당한다. CRO의 경우 회사로부터 임상연구를 위탁받아 진행하지만 피험자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연구행위를 하는 연구코디네이터의 역할은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SMO는 잘 교육받은 임상연구자와 연구코디네이터, 경험이 많은 임상통계학자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들은 1인당 진료해야 하는 환자의 수가 많고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시간, 인력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능력있는 연구코디네이터를 얻어야 신약이 꼭 필요한 환자를 모집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장애물을 넘으면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도와줄 수 있는 기관이 현재는 전무하다"며 "이에 임상연구자에게 최대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임상통계 분야에서 15년 이상 경험을 쌓은 석박사급 연구원들과 함께 직접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CC&I리서치는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역할 외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관리공단(이하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질환을 예측하는 모델링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급성악화에 대한 통계학적 예측 모델을 만들어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수행하기도 했다. 지식산업 시대에 특허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 받아 국내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데 불과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특허 출원 중에 있다.

CC&I리서치는 연세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창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김 대표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지난 2015년에는 구성인력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연세대 창업지원단이 주관하는 창업선도대학 창업아이템화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대학 내 창업지원단의 도움으로 정부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 당시 신청 기간이 2주밖에 남지 않아 부랴부랴 생애 첫 사업계획서라는 걸 써봤다"며 "창업지원단 매니저가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살펴준 덕분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 구성원이 연구만 했던지라 경영에는 문외한이었다. 창업지원단을 통해 세금계산서는 어떻게 처리하고 노무관리는 무엇인지 실질적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회사를 키워 국내 임상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