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어진 정부, 가상통화 TF 회의 연기…규제 수위 높이나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거래에 대해 규제의 칼을 빼 들었지만 고민은 여전하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끝에 ‘원칙적 금지, 예외 인정’이라는 입장을 정했지만 규제의 근본 목적인 투기과열을 잠재울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까닭이다.

규제 원칙을 밝힌 이후에도 비트코인 가격과 거래대금이 견고하게 유지되자 규제 강도가 예상보다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규제 일변도로 미래 신기술을 선점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당초 15일에 열기로 했던 가상통화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다음주로 미뤘다. 정부는 지난 13일 가상통화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원칙을 밝혔음에도 투기 열기가 식지 않자 추가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가상통화 거래 전면 금지를 주장해온 법무부 입지가 커졌다는 해석도 나선다.

정부는 지난 13일 투자자보호와 거래투명성 확보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가상통화 거래가 이뤄지도록 조속한 입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가상통화 거래는 금융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음에도 시장은 이같은 입법화를 가상통화가 제도권으로 편입돼 가는 수순으로 받아들였다.

정부의 현재 규제 방안이라면 국내 3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빗썸, 코인원, 코빗이 지금처럼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금융당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사장시킬 수 없다는 논리에 밀려 적절한 규제를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낡은 규제를 없애는 것과 필요한 규제를 하는 것은 별개로 구분돼야 한다”며 “혁신이라는 단어가 붙어 적절한 규제를 못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가상통화 거래를 전면 금지하기도 부담스럽다. 가상통화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 활용에서 뒤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가상통화 거래자의 심각한 피해와 불만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미래를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잘못 막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가상통화 거래를 갑자기 전면 금지해 버리면 가상통화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겠나”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손실이 엄청났던 동양사태보다 더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현재 규제 원칙은 투기를 식히는 한편 전면 금지의 부작용도 방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가상통화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코스닥시장보다 커버린 시장을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거래 투명화와 소비자보호 방안과 과세 방안을 마련해 코스닥시장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상통화 거래세가 매겨지면 투기의 주목적인 시세차익이 줄게 된다는 점에 투기 열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TF 회의에서 민간전문가 및 기획재정부·국세청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TF를 통해 과세문제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