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감청 불가피"vs"철저 관리"…'패킷감청' 헌재 공개변론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신제한조치 허가 위헌확인 공개 변론'을 앞두고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2017.12.1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국가정보원 '패킷감청'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1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됐다.

헌법소원 청구인 측은 기술적 한계가 있는 패킷감청으로, 범죄와 무관한 이들의 정보까지 수집되는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측은 "제3자에 대한 정보 취득은 유선전화 감청 등 다른 방법의 수사에서도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것"이라며 "엄격한 관리를 통해 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맞섰다.

패킷감청은 인터넷회선을 오가는 전자신호를 수사기관이 경로 중간에 개입해 얻는 방법으로, 송수신되는 모든 디지털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패킷감청은 그 특성 및 기술적 한계로 특정정보만을 대상으로 할 수 없어, 범죄와 무관한 제3자 정보나 사생활 정보까지 수집하게 된다"며 "일반인에 대한 국가수사기관의 무제한적이고 상시적인 감시를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 5조2항은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 해당자가 송·수신하는 특정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등을 대상으로 통신제한조치가 허가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 규정을 근거로 2010년 12월~2011년 2월 전직 교사 김형근씨의 명의로 가입된 인터넷 전용회선과 인터넷전화 통화내역을 감청했다. 김씨는 2011년 3월 헌법소원을 청구했으나, 2015년 9월 김씨가 질병으로 사망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종결됐다. 감청을 통해 획득된 김씨 정보는 결과적으로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

이후 이 사건 청구인 문모 목사는 김씨와 같은 사무실에서 인터넷회선을 함께 썼다는 이유로 패킷감청을 당했다며 지난해 3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 사건 감청은 총 6회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같은 사실은 문 목사에 대한 별도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고지되지 않았다.

청구인 측은 "패킷감청은 집행단계에서 범죄 수사와 관련된 범위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인터넷회선의 감청에 대한 법원의 허가는 강제수사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 일반영장 발부와 다름없다"며 "일반영장을 금지하는 헌법상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수사와 무관한 제3자의 대부분 정보는 국정원 서버에 전달되기 전에 폐기되고, 범죄와 무관한 정보는 자동적으로 90일 이내에 폐기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청구인 대리인은 "현대 정보통신환경을 고려할 때 주요 범행저지나 범죄수사를 위해 인터넷회선의 감청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감청은 본래 밀행성과 포괄성을 특징으로 하고 이는 전화감청 등 감청수사 일반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서도 불가피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날 헌법재판관들은 패킷감청에서 제3자에 대한 감청이 불가피한 것인지를 놓고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주심을 맡은 이선애 재판관은 "고정IP를 부여해 감청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공유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제3자에 대해서도 감청이 되는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김이수 재판관은 "패킷감청의 최종분석을 끝내야만 넷주소를 특정할 수 있다면, 부득이 제3자의 정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피청구인 측은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표전화를 사용하는 대규모 사업장에 대한 전화감청의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패킷감청 고유의 문제는 아니다"고 답했다.

안창호 재판관은 "기소중지의 경우에도 법원 허가 등을 통해 패킷감청 사실을 고지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가"라며 의견을 제시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패킷감청이 기술적 한계로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없는 것이라면, 입법적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청구인 측은 "패킷을 미러링하고 분류하는 장비를 국정원이 아닌 법원 등이 관리하도록 하는 절차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헌재는 이날 국정원 측에 패킷감청 영장기각률 등 통계자료를 요청했다. 헌재는 공개변론을 토대로 추가적인 심리를 진행한 뒤 패킷감청의 위헌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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