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KB·하나금융, 회장 후보군 관리서 회장 배제하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 초청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고 검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금융감독원이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회장 선출을 담당하는 이사회내 위원회에서 회장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을 내실화하라는 것이 골자다.


금감원은 14일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요구한 경영유의사항을 공시했다. 경영유의사항은 제재는 아니며 금융회사에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조치다.

금감원은 KB금융과 하나금융에 요구한 경영유의사항은 지배구조에 관한 사항들이다. 공통적인 사항은 CEO 승계절차 개선, 사외이사 선임 및 평가제도 개선, 후계자 양성프로그램 내실화 등이다. (머니투데이 12월13일 [단독]금감원 "하나금융 회추위 고쳐라"..지배구조 개선 요구 참조)

KB금융에 대해선 상시지배구조위원회가 경영승계절차 및 후보자군을 선정할 때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현 회장을 지칭한다.

KB금융은 회장을 포함한 사외이사들이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장후보군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금감원은 회장은 회장후보군에 포함됐거나 포함될 수 있는 만큼 이해상충 방지 및 공정성 제고를 위해 회장후보군 관리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에도 같은 논리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개선을 요구했다. 회장이 원칙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로 포함돼 관리되고 있는 만큼 회장은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배제하라는 것. 하나금융은 회추위에서 회장 후보군을 관리한다. 금감원은 특히 일부 사외이사를 회추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또 하나금융은 회장후보 중 내부후보군은 그룹핵심포지션 담당임원과 핵심인재 후보군 중에서 탐색하게 돼 있으나 개념이 불투명해 자의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다고 객관성을 제고하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과거 회장 후보로 선정됐던 내부 후보군 일부가 다음 회추위에선 특별한 기준없이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외부후보군 탐색의 투명성 미흡도 지적됐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후보를 탐색해야 하지만 주로 이사회 지원부서가 탐색해 제시한 후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

금감원은 KB금융과 하나금융 모두에 후계자 양성프로그램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두 회사의 회장 후보자군에 대한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이 일반적인 경영진에 대한 연수, 교육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선임과 평가 절차도 문제로 지적됐다.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를 이사회 또는 이사회내 위원회가 아닌 간담회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고 간담회에 현 회장이 포함되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이에 사외이사 평가시 현 회장을 평가자에서 제외하고 평가 권한을 이사회 또는 이사회내 위원회에 부여할 것을 권고했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시 제안자와 후보자간 관계를 공시토록 돼 있으나 실제 공시내용이 불충분해 제안자와의 관계 파악이 곤란한 등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사외이사 후보 추천시 그 대상을 이사회 지원부서가 제시하는 후보군 이외로 다양화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