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진심으로 사죄, 朴정책 전부가 잘못은 아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사진=이기범기자

검찰로부터 징역 6년형의 구형을 받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58)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게 된 데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참모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가와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에서 열린 최순실씨(6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 및 본인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검찰은 안 전 수석에 징역 6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안 전 수석은 본인에 적용된 혐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이 모두 부인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 문화융성 등 중요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기초로 해외순방과 정상외교로 경제,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했다"며 "해외 순방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려고 케이팝 등 문화공연을 준비하고 이에 열광하는 그 지역 기업인들에게 중소기업을 알려 협상을 성공시키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또 "김영삼 대통령 당시 외환위기의 책임이 전부 김영삼에게 있다는 여론으로 인해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유보됐고 고액소득자는 고금리 혜택을 받는 동시에 세금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소득공백 문제가 악화되고 우리나라의 분배구조가 회복되지 않았다"며 "이같은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외교 결합과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수출확대가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이같은 활동이 본격 추진되는 과정에서 두 재단이 설립됐고 이에 기업들의 공감대도 있어서 가능했다. 당시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저는 경제정책 조정 수석으로서 박 전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지만 최순실의 존재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간 정성스레 추진한 정책에, 두 재단에 (최씨가) 개입한 사실을 부끄럽게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아울러 "이 사건을 처음 접하고 국가와 대통령을 위해 모든 책임을 안고 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변호인과 만나 얘기하면서 이 사건의 역사적 중대성을 깨닫고 법의 엄중함을 인식하게 됐다"며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말씀드릴 것을 결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기억 안나는 것을 기억나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위증이라는 재판장의 말을 한번도 잊은 적이 없다. 구치소에서도 제가 기억하는 게 사실인지 반복 확인했다"며 "지난 1년간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최선을 다해 왔다. 재판장님과 판사님께서 수정처럼 맑은 혜안으로 살펴주실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검찰은 안 전 수석 외에도 국정농단 실세 최순실씨에 대해 징역 25년형에 벌금 1185억원을,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4년형을 각각 구형했다. 최씨는 "대통령과 공모해 어떤 사익도 추구하지 않았고 이익을 가져본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신 회장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충분히 변론할 기회를 주시고 경청해주신 재판장님과 두 분 판사님께 감사하다"며 "억울한 점이 없도록 깊이 살펴봐줘서 감사하다"고 짧게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