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어기고 안전교육도 안 해…코레일 '안전불감증' 심각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박동해 기자,류석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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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온수역 선로에서 작업하던 전모씨(35)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작업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다 책임을 전씨의 탓으로 돌린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코레일이 이날 전씨 등 작업자들이 예정된 작업시간보다 30분 일찍 현장에 투입된 점은 물론 하청업체명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작업자를 상대로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이뿐만 아니라 모든 선로를 차단하고 작업을 하도록 규정한 노동청과 안전보건공단의 행정명령과 권고를 어긴 점, 작업일정을 사전에 기관사에게 알리지 않은 점, 열차 감시자도 투입하지 않은 점 등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코레일이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제기된 상태다.

◇작업자 30분 일찍 들어가도 몰라…안전교육도 없었다

코레일은 사고 직후 "이날 온수역과 오류역 사이 배수로 작업 예정시간은 오전 8시30분~오후 5시였지만 작업자들이 작업승인을 받기 전에 현장에 들어갔다"고 밝히면서 "왜 그 시간에 들어갔는지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작업계획을 세워두고도 정작 현장 작업자에 대한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이날 예정된 배수로 작업일정은 온수역과 오류역이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는 코레일의 주장과 달리 온수역과 오류역 관계자들은 배수로 작업을 관리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한 정황도 포착됐다.

온수역 관계자는 "온수역은 일반역이기 때문에 선로 주변 공사를 관리하는 담당자를 두지 않는다"면서 "작업을 담당하는 시공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로컬관제역(지역 관제)인 오류역은 "시공사와 작업사항을 협의했고 작업일정도 알고 있었지만 왜 작업자들이 예정보다 일찍 현장에 들어간 것인지는 모른다"는 입장이었다.

오류역 관계자는 "가끔 작업을 일찍 마무리하려는 마음에 작업자들이 (예정된 시각보다) 일찍 들어갈 때가 있다"면서도 "그게 작업자 개인의 선택인지 시공사의 지침이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어 "이날 작업자들은 역에 보고하지 않고 작업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작업자에 대한 안전교육은 물론 안전감시자 투입도 없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시공사는 작업자들에게 안전교육을 하지 않고 작업에 투입했다. 사고를 당한 전씨는 이날 출근 3일째의 초보자여서 안전교육 미비는 치명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온수역 인근 열차운전을 하는 기관사들에게 주의조치 및 속도 경감에 대한 협의를 하는 '철도운행안전협의'를 하거나 열차감시자도 두지 않았다.

또 기관사들에게 전방 작업을 알리기 위해 작업지점으로부터 200m 전방에 설치해야 하는 '표지판'조차 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청 '행정명령'도 어긴 코레일…작업규정도 몰라

코레일도 안전규정을 위반했다. 지난 6월 노량진 선로보수작업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노동청 서울관악지청은 구로역~온수역 궤도유지보수작업을 할 때 '열차운행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안전보건공단도 '모든 선로를 차단하고 작업을 할 것'을 권고했지만 코레일은 행정명령과 권고를 전혀 지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코레일 관계자는 "배수로는 선로와 접촉된 지점이 아니다"라며 "법이 정하는 선로 이격 거리를 준수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다른 코레일 관계자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이격 거리가 얼마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심지어 코레일은 작업자들이 소속된 하청업체명도 파악하지 못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오류-온수역 사이 배수로 작업은 상시적인 작업"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공사는 시공사와 외주를 맺고 진행했기 때문에 (하청업체까지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코레일이 전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사이 이날 서울 구로구의 한 병원에 마련된 전씨의 빈소에는 쓸쓸한 공기만 감돌았다.

전씨의 영정사진 앞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던 모친 이모씨(63)는 "우리 아들은 매일 일찍 퇴근해 청소와 저녁준비를 도맡아 했다"면서 "아침에 출근할 때도 '이따가 보자'고 인사했던 아들이 열차에 뛰어들었을 리 없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전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한 기관사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씨가 선로로 뛰어들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시공업체 관계자를 불러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하철 선로나 배수로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발생한 선로 작업사고는 17건에 이른다.

지난 9월10일 오후 8시에는 안산선 한대앞역 선로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던 한 작업자가 승강장에 진입하는 전동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한 달 뒤인 지난 10월13일 충북선 오근장역~내수역 사이 선로 옆에서 진행된 제초작업을 감독하던 열차감시원이 새마을 열차에 치이기도 했다.

김선욱 철도노조 미디어소통실장은 "열차 운행시간에 작업자를 투입한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열차 운행을 총괄하는 코레일이 작업일정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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