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올어라운드 스포츠] 휴스턴 르네상스, 야구의 영광을 농구로

제임스 하든./AFPBBNews=뉴스1

미국의 5대 도시 중 하나인 텍사스 주 휴스턴은 지난 여름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일부 홈 경기를 플로리다로 옮겨 치르는 등 한 동안 온갖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강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똘똘 뭉친 애스트로스는 1962년 창당 이후 처음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이제 애스트로스가 선사했던 감동이 농구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휴스턴 로키츠가 15일(한국시간) 현재 22승4패로 NBA 30개 팀 가운데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1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로키츠는 지난 11월 14일 홈에서 토론토 랩터스에게 129-113으로 무릎을 꿇은 것이 마지막으로 패한 경기다. 11월 이후 성적은 무려 17승1패.


1967년 샌디에이고에서 창단돼 1971년부터 휴스턴으로 연고지를 옮겨 온 로키츠가 NBA 정상을 차지한 것은 단 두 차례뿐이다. 하킴 올라주원이 맹위를 떨치던 1994년과 1995년에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지만 올 시즌 기세라면 통산 3번째 우승을 충분히 노려볼만한 페이스다.

◆ MVP 노리는 하든

현역 최고의 슈팅가드로 군림하고 있는 제임스 하든(28)은 196 센티미터의 큰 키에 100kg이나 나가는 단단한 체격을 지녔다. 3점슛도 정확하지만 골 밑을 파고 들 때 현란한 유로 스텝과 스텝백 점퍼를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초토화시키기로 유명하다. 하든의 올 시즌 목표는 로키츠의 우승과 함께 지난 시즌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게 밀려 MVP에 오르지 못한 설움을 씻는 것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하든의 생애 첫 MVP 등극은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경기당 평균 31.6득점을 따내 이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 개인 최고 기록(29.1득점)보다 2.5득점이나 많은 것뿐 것 아니라 올 시즌 30점대를 넘기고 있는 유일한 선수라는 점이 돋보인다.

폭발적인 득점 외에도 하든의 어시스트 능력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지난 시즌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님에도 11.2개의 어시스트로 1위에 오른 바 있는 하든은 올 시즌에도 9.4개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라이벌 웨스트브룩과는 0.5개 차에 불과해 2년 연속 어시스트왕 등극도 충분히 노려볼 만 하다.

◆ 화룡점정

지난 수 년간 로키츠는 하든을 위주로 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등의 벽에 막혀 파이널 진출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리그 최고의 정통 포인트가드인 크리스 폴(32)의 가세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부상으로 올 시즌 1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로키츠는 폴이 코트에 나선 경기에서 전 승을 거두고 있다.

하든과 함께 코트에 나설 경우 두 선수가 번갈아 게임 리딩과 슈터로서 해결사 역할을 나눠서 맡기 때문에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폴은 경기당 평균 16.2득점을 올리는 사이 전공인 어시스트도 9.6개나 기록하고 있다.
한 팀에 두 명의 선수가 평균 9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따내고 있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폴과 하든이 상대 수비수를 달고 골밑을 돌파하다 외곽으로 볼을 건네면 에릭 고든, 라이언 앤더슨, 트레버 아리자 등이 3점슛을 폭발적으로 터뜨리는 것이 로키츠의 주요 공격 패턴이다. 로키츠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무려 16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12.3개로 공동 2위인 워리어스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보다 3.7개나 많은 것.

우승에 한이 맺힌 베테랑 포인트가드 폴의 활약을 앞세운 로키츠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4년 연속 서부컨퍼런스 우승을 저지할만한 짜임새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 부상에 시달리지 않고 시즌 막판까지 현재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면 폴의 가세는 진정한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