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20억원 이상만 거래소 운영"…가상통화업계 자율규제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가상통화(암호화폐) 업계가 투자자보호 및 거래영업 건전화를 위한 자율규제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국내에서 가상통화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자기자본을 20억원 이상 보유하고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시스템 등을 갖춰야한다. 원화 예치금은 모두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하며 가상통화 예치금은 70% 이상을 오프라인 상태의 외부 저장장치(콜드 스토리지)에 보관해야 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이하 협회 준비위)는 15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번 규제안은 지난 9월 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의 권고안을 따른 것으로 업계 의견 수렴 및 법률자문을 거쳐 은행권의 검토의견까지 수용해 완성됐다.

규제안에 따르면 자율규제 하에서 거래소를 운영하고자 하는 회사는 2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융업자에 준하는 정보보안시스템, 내부프로세스, 정보보호인력·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투자자 예치자산의 경우 원화 예치금은 100% 금융기관에 맡겨야 하며 가상통화 예치금은 70% 이상을 콜드스토리지에 보관해야 한다. 콜드스토리지는 네크워크와 완전히 분리된 외부 저장장치로 해킹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책이다.

규제안은 또 거래소가 고유재산과 교환유보재산을 분리해 보관 및 관리토록 했다. 교환유보재산에 대해서는 유지 및 분리·관리상황을 분기별로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해야 하며 매년 1회 외부감사인 감사도 받아야 한다.

투자자 본인의 1개 계좌에서만 입·출금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은행권과 함께 구축해 이용자 본인확인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같은 시스템은 내년 1월부터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거래소 임직원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부정거래행위 등은 일체 금지하는 윤리 규정도 마련했다. 협회는 학계, 블록체인 전문가, 회계·재무·법률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자율규제위원회를 설치해 윤리 규정을 위반하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한 거래소 및 임직원에 대해 제재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 민원센터 운영도 의무화했다. 거래소는 다양한 민원접수 채널(방문·전화·이메일·인터넷 등)을 통해 민원을 받고 이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민원처리 관련 사항은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고지하고 처리 후에는 결과를 고객에게 문자 등으로 통지해야 한다.

한편 협회 준비위는 투기 심리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마케팅 및 광고를 당분간 중단하고 모든 신규 가상통화의 상장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신규코인 상장에 대한 평가정보 및 자료를 공개하고 신규코인 상장 프로세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협회 준비위는 내년 1월 한국블록체인협회를 정식 출범시킨 후 이사회 추인을 거쳐 자율규제운영기구를 설립해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2분기부터는 모든 자율규제안이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진화 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이번 규제안은 전 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그 어느 자율규제안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