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많은 국가교육회의…교육정책, 또 산으로 가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왼쪽)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민간위원(12명) 위촉을 마치고 출범했지만 많은 '사공' 탓에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국가교육회의는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중장기 교육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복합적인 교육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1년 유예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비롯해 고교학점제,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등 새 정부 교육정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게 된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가교육회의 1기 민간 위촉위원은 위원장인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과 강경숙 원광대 교수(특수교육학)·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권호열 강원대 교수(전기전자공학)·김대현 부산대 교수(교육학)가 위촉됐다. 또 김정안 서울교육청 학교혁신지원센터장·김진경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장옥선 전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조신 경기교육재정계획심의위원·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이 임명됐다.



◇ '사공' 많은 국가교육회의…"중장기 교육정책 탁상공론 끝날 수 있어"

교육계에선 이번에 위촉된 국가교육회의 민간위원들이 '진보·교수'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자칫 이상론만 외칠 경우 현실성이 떨어지고 국론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교육 관련 전문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면서 탁상행정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 위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18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 정책팀장을 지냈고, 노무현재단 운영위원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다. 강남훈·권호열·박명림 교수도 교육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사다. 김 전 비서관은 해직 교사 출신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에 기여했다. 김 센터장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공을 들이고 있는 혁신학교 전문가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경제학자가 아닌 실물경제를 다루는 경제계 인사가 필요하다"며 "자칫 이념적 선명성이 강조될 경우 중장기 교육정책이 탁상공론으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 "교육정책 다루면서 현직 교사 또 패싱"

주요 국가교육정책 회의 기구에 초·중·고교 교원을 배제하는 이른바 '현직 교사 패싱 논란'은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교원들은 국가교육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에는 분명히 '교육 기회의 균등 보장과 학교교육 혁신' 등을 심의토록 하고 있다며 현장교사들이 빠지면서 알맹이 없는 교육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소재 한 고교 교사는 "국가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기구에 현장교사를 한 명도 넣지 않은 것은 새 정부가 말로만 교육혁신을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국가교육회의가 주요 교육개혁과제를 논의하려면 구성원의 전문성·대표성·다양성이 이뤄져야 하는데 위촉위원을 보면 이와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에대해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전문위원회·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교원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