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김영문 관세청장 망신살… '공직기강' 헛구호

김영문 관세청장. /사진=뉴스1

김영문 관세청장이 직원의 정보 유출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김 관세청장은 검찰 출신으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무너진 공직 기강을 세우라는 특명을 받고 임명됐지만 또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입장이 난처해지게 됐다.

국무조정실이 15일 발표한 '가상통화 대책회의 보도자료 사전유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낙연 국무총리를 대로(대로)하게 한 이번 유출 사건은 관세청 직원들이 다수 연루됐다.

지난 13일 가상통화 대책이 발표되기 한참 전인 오전 시간에 관세청의 사무관은 기획재정부 직원한테 전달받은 자료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게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시 관세청 직원인 한 주무관은 기업체 관계자 등 민간인이 포함된 대화방에 해당 내용을 올렸다.


이 내용은 삽시간에 비트코인 거래자들에게 퍼졌다. 회의 내용이 알려지기 전까지 하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유출된 정보가 떠돌기 시작하자 상승 전환했다. 정부 공무원이 비트코인 투기세력에게 정보를 뿌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관세청은 국세청과 마찬가지로 민감한 개인 정보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보안이 생명이나 다름없다. 그런 곳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외부로 정보가 흘러 나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배가된다.

특히 이낙연 총리의 말대로라면 "공직자들이 온당하지 못한 외부세력과 내통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 총리는 이 사건에 대해 "아직도 공직사회 내부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저에게 매우 충격이고, 용납할 수 없다"며 "반드시 밝혀내서 엄단하고, 다시는 그런 사람들이 공직을 무대로 딴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관세청은 이같은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공식 사과 대신 비공식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하변길 대변인 등은 일부 기자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이번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돌렸을 뿐 공식적으로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앞서 관세청은 앞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곤욕을 치렀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추진실태 결과 통계자료를 왜곡하는 등의 비리로 전임 청장이 고발당하기까지 했다.

이에 새 정부 들어 관세청은 39년 만에 검사 출신 청장을 맞게 됐다. 김영문 청장은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장, 법질서선진화과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부장검사,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냈다. 범죄 예방과 법질서 수립에 적임자였다. 그를 임명한 것은 공직 기강을 바로 세우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지만, 이번 문건유출 사태로 김 청장의 공직기강 수립이 헛구호나 다름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