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국가안보전략, 중국 '경제침략' 비난 담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 별장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산책을 하는 모습/사진=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하는 국가안보전략(NSS)에 중국의 '경제침략'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중국을 겨냥한 경제조치의 본격적인 신호탄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은 위협'…美 이전 정부 비해 대(對)중 강경기조 확연해질 것

FT는 국가안보전략 수립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에서 이전 미 정부에 비해 중국에 대해 훨씬 강경한 기조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안보전략은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근간이 되는 공식 보고서로,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모든 정부가 발표했다.

한 관계자는 "국가안보전략은 중국을 모든 영역에서 경쟁자로 정의할 것"이라며 "(중국을)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위협, 적수(라고 여기는 것)"라고 설명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중국에 대한 미 정부의 경제적 대응이 가장 공격적인 수준이라고도 평가했다.

지난 12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국가안보전략 발표 일정을 공개하며 "새 안보전략의 청사진이 미 본토 보호, 미국의 번영 촉진, 힘을 통한 평화 유지, 미국의 영향력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중국의 무역 등에 대해 공격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취임 후인 올 4월 자신의 개인별장 마라라고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해 열었던 정상회담 후 중국에 대한 적대적인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중국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압박을 가할 것을 기대한 측면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난 몇달간 미국의 대중무역 적자 등이 달라지지 않자 트럼프가 강경기조를 다시 강조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만성적인 무역 오용을 더이상 참지 않겠다"며 이 같은 강경기조를 시사했다.

FT는 국가안보전략에 담길 이 같은 강경한 표현이 내년 험난한 미중 관계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정부의 국가안보전략과 다르게 불공정무역 등 경제 이슈 등을 중요하게 다룬 점도 차이가 있다. 부시 전 행정부에서 일했던 비콘글로벌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앨런 연구원은 "국가안보전략은 중국을 대상을 취해질 일련의 경제적 조치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백악관 내 대중 강경파 득세…무역전쟁으로 정작 美 기업 피해볼 수 있다 우려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대중 강경기조는 백악관 내 대중 강경파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추이와도 관련됐다. 백악관과 미국 정부에서 세계화를 옹호하고 무역전쟁 등 극단주의를 지양해온 게리 콘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영향력이 줄고 있는 반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백악관 무역정책 자문기구 국가무역위원회(NTC)의 초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제학자 피터 나바로 등이 이번 국가안보전략 구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바로는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는 내용의 책 '데스바이차이나(Death by China: 국내 역서명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을 쓴 대표적인 강경론자다.

미국의 대중 강경론 비판론자들은 이 같은 기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미국이 지나치게 강경해질 경우 무역전쟁이 촉발 돼 미국 기업과 세계 경제가 피해를 입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의 전 정부 관계자들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경제침략 국가로 비난하고 전략적인 경쟁자란 이름표를 붙이는 게 중국의 신중하고 교묘한 보복으로 이어져 결국 미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