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내년초 금융지배구조 검사 착수…정치권도 가세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뉴스1

금융당국이 이르면 내년 1월 금융지주회사의 CEO(최고경영자) 승계 절차 등 지배구조에 대한 일제 검사에 착수한다. 국회에서도 내년 초 금융지주회사의 CEO 선임과 관련한 세미나를 준비하는 등 금융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박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 계획을 수립 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 금융지주회사 CEO 승계절차의 불공정성을 지적한데 이어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융권 전반에 대한 검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말까지 내부 조직개편을 마무리짓고 이르면 내년 1월 중 검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신설되는 '금융그룹감독실'에서 맡는다.

검사 대상은 은행계 금융지주회사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 체제인 경우 지주회사 회장이 사실상 은행, 증권, 보험 등 자회사 CEO 인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회사 외에는 살펴볼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최 원장은 지난 언론사 경제 금융부장 초청 조찬에서 "씨티,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혀 지주사 체제가 아닌 은행들도 검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검사의 초점은 금융권이 지난해 8월 시행된 금융지주회사법에 취지에 따라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지배구조법에 따라 제도는 갖춰 놨지만 실제 운영에선 현직 CEO가 연임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12일 하나금융과 KB금융에 대한 검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같은 문제의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은 현직 회장도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회장 후보군 관리에 참여하고 있는 문제, 형식적인 후계자 양성프로그램,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회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평가 문제 등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회사들이 하나금융, KB금융과 유사한 형태로 CEO 승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란 점에서 금융당국은 내년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융지배구조법 개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마무리한 2금융권 대주주 자격 심사 결과, 금융지배구조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드러난 만큼 법 개정시 이번 검사에서 발견된 문제들도 함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배구조법은 대주주 자격심사의 대상을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실제 적용 과정에서 최다출자자 1인을 확인할 수 없는 회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금융지배구조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지배구조 개선 요구는 금융당국 뿐 아니라 정치권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내년 초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승계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학영 의원이 국회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