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담은 '기업구조혁신펀드' 출범…시장중심 구조조정 본격화

기업 구조조정의 틀을 정부중심에서 시장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모자(母子)형 '기업구조혁신펀드(이하 혁신펀드)'가 내년 상반기 출범한다. 이를 통해 최소 1조원 이상의 모험자본을 구조조정시장에 공급해 기업의 혁신성장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8일 8개 은행(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KEB하나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성장금융이 내년 상반기 중으로 혁신펀드의 모(母)펀드에 5000억원을 출자하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시장중심 상시구조조정 활성화' 방안에 대한 후속조치다. 금융위 역시 이미 지난 4월 '신(新)기업구조조정방안'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펀드에 출자되는 5000억원은 '캐피탈콜' 방식으로 투입된다. 캐피탈콜은 자금을 일시에 납입하지 않고 약정한도 내에서 이행 요구가 있을 때 출자하는 방식이다. 이어 민간투자자 유치를 통해 자펀드에 5000억원 이상을 유치해 총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조성할 방침이다. 펀드 규모는 향후 주기적으로 운용성과 등을 평가해 증액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혁신펀드 모펀드의 운용은 한국성장금융이 맡으며 전문위원회, 출자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 등 단계별로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공정성을 확보키로 했다. 자펀드는 투자대상 선정 및 투자 등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수행하며 모펀드와 별개로 독립적인 투자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결정한다.

혁신펀드는 우선 중견·중소기업 중 회생형 시장의 기업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의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부실채권(NPL) 투자를 통해 청산형 시장의 회생가능한 기업까지 지원하는 식으로 대상을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2월까지 출자기관들의 혁신펀드 출자절차를 완료한 후 3월 투자자계약서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어 4월에 운용사 선정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펀드 운용을 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당 최대투자 비중은 펀드 규모의 20%로 제한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혁신펀드 운용을 통해 "2조원의 생산유발효과, 1만1000명의 취업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캠코에 기업구조혁신 지원센터를 설치해 자본시장과 대상기업을 연결하는 '기업구조조정 플랫폼' 시스템을 내년 3월 마련키로 했다. 플랫폼은 신용위험평가 결과 자율협약(B등급) 및 워크아웃(C등급) 대상 기업과 회생절차(D등급) 대상 기업을 구분해 지원할 방침이다.

회생기업의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금융공공기관 및 국책은행이 보유한 회생기업 채권을 캠코가 매입(채권결집)하면 기술력을 갖춘 회생기업을 선별해 사업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DIP금융을 통한 신규자금 또는 S&LB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형태다.

DIP금융은 회생절차기업의 기존경영인을 유지하면서 지원하는 방식이며 S&LB는 부동산 등 기업 자산을 매입 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캠코는 여기에 각각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구조조정기업에 대한 한도성 여신 및 신규자금의 원활한 지원을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혁신펀드 모펀드 일부를 프로젝트 펀드로 구성 △기술력을 갖춘 회생절차 중소기업에 대해 캠코의 DIP 금융을 통해 신규자금 지원 △서울보증(SGI)이 구조조정 기업의 이행성 보증(RG 등)에 참여하는 3가지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