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를 파산시킨 벤처 '넷플릭스'의 전략 이야기(2)

'블록버스터'를 파산시킨 벤처 '넷플릭스'의 전략 이야기(1)에서 넷플릭스의 성공 스토리가 주는 3가지 교훈을 이야기했다. 첫째, 창업자는 반드시 반대를 보는 관점(Contrarian View)을 가져야 한다. 둘째, 시대의 흐름을 읽고 미개척 시장을 과감히 선점해야 한다. 셋째, 끊임없이 차별화하고 도전해야 한다. 이번에는 넷플릭스의 초스피드 성장의 비결, ‘빅데이터’와 넷플릭스의 ‘끊임없는 도전’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가트너 수석 부회장, 피터 손더가드는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다. 그리고 분석은 그것을 연소하는 엔진"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핫이슈’가 되고 있지만 그 근간에는 ‘빅데이터’라는 ‘21세기 원유’가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빅데이터는 디지털 사회에서 생성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뜻한다. 데이터를 어떤 식으로 분석,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가치가 생산되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은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넷플릭스 성공의 1등 공신 역시 ‘빅데이터’다. 넷플릭스는 빅데이터의 커다란 잠재력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성공한 기업이다.


넷플릭스는 사람들이 어떤 영화를 빌릴까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 주목해 ‘시네매치(Cinematch)’라는 ‘영화 추천 엔진’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출시된 지 몇 달, 혹은 몇 년이 지나 신작에 비해 인기는 덜하지만 고객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해줌으로써 신작에 몰리는 관심을 분산시켰고, 이는 비용절감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또 시네매치의 추천 알고리즘은 적은 영상 콘텐츠로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아마존의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인스턴트 프라임’에 제공되는 콘텐츠 수는 8만종이 넘는다. 국내 IPTV(인터넷TV)들도 보통 10만종 이상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보유 콘텐츠 수는 채 1만종이 되지 않는다. 10분의 1 수준의 콘텐츠 수로 가입자를 사로잡은 것이다. 비결은 시네매치의 추천 알고리즘. 넷플릭스는 시청자에게 영상마다 별점을 매기게 한 뒤 평점을 기반으로 그 시청자가 선호하는 영상들 사이의 패턴을 분석해 다음에 볼 영상을 미리 알아맞힌다. 이런 알고리즘은 적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광고 효과라는 이득도 있다. 실제로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치도 않은 대중을 상대로 광고비를 쏟는 것보다 알고리즘대로 정말 그 영상을 볼만한 시청자에게 추천을 해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경쟁사 아마존이 한 해 먼저 ‘아마존 언박스(아마존 프라임)’를 내놓으며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했지만 넷플릭스는 가입자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앞세워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아마존 역시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넷플릭스와는 방식이 다르다. 아마존은 영화를 하나 선택하면 단순히 그 작품을 본 다른 가입자들이 본 영화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추천 시스템은 훨씬 더 개인화됐다. 가입자가 선택한 콘텐츠가 어떤 스타일인지 분석해 취향에 맞는 영화를 제안한다. 고객들은 넷플릭스 회원으로 가입할 땐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나 프로그램을 3개 선택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이 정보를 시네매치 알고리즘에 넣어 분석해 회원이 좋아할 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준다.


넷플릭스를 더 많이 이용할수록 회원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이 쌓여 추천 정확도가 높아진다. ‘시네매치’라는 인공지능은 초기에 10만 건에 달하는 영화를 장르별로 분류한 뒤 1000만 고객들의 영화 대여 순위, 영화 감상 후기, 고객들의 대여 이력을 분석한다. 지금은 각 회원의 웹사이트 내에서의 행동 패턴(영화 소개 클릭 패턴과 검색어 등), 실제 대여목록, 시청한 영화에 부여한 평점 등을 함께 분석해서 각 고객의 취향과 재고 상황을 모두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추천한다.

시네매치는 회원 대부분이 추천한 영화를 80% 이상 대여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넷플릭스는 추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시네매치의 알고리즘을 10% 향상시키는 첫 번째 사람(팀)에게 100만 달러(10억원)의 상금을 주는 ‘넷플릭스 프라이즈’라는 콘테스트를 2006년부터 3년 동안 개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딥러닝을 접목하는 등 알고리즘 개선에 전폭적으로 투자했다. 덕분에 시네매치는 추천 정확도가 높기로 정평이 났다. 시네매치는 잘 알려진 영화는 아니지만 고객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영화를 추천하는데, 전체 매출에서 이런 영화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나 될 정도로 높다. 더욱이 이런 영화들은 유명한 영화보다 구매원가가 낮다.

빅데이터로 성공한 넷플릭스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1년부터는 영화, 드라마 배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콘텐츠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콘텐츠 유통만 하던 넷플릭스가 제작에 뛰어드니 회의감을 드러내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013년 선보인 첫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1이 에미상 3관왕을 차지하고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시장의 반응은 달라졌다. 이후에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센스8’을 비롯한 히트작을 여럿 배출해냈고, 190여개국에서 회원 약 1억명을 확보한 세계 1위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출은 2012년 36억1000만달러(약 4조1014억원)에서 2016년에는 88억3000만달러(약 10조원)까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715만달러(약 196억원)에서 1억8668만달러(약 2123억원)로 증가했다.

빅데이터 강자인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기획부터 주인공 섭외, 배급까지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다. 대표 사례가 ‘하우스 오브 카드’다.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시청자의 성향을 파악한 뒤 그들이 원하는 연출 스타일이나 좋아할 만한 배우 등을 예측해 섭외했다. 분석은 적중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1이 공개된 뒤 시청자 가운데 85%가 만족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사로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마르코 폴로’의 10편 제작비는 9000만달러(1000억원)에 이르며, 이는 역대 TV 드라마 중 가장 많은 제작비를 쓴 축에 속한다고 한다. 콘텐츠 공개 방식도 독특하다. 일반 콘텐츠와 달리, 넷플릭스의 독점 드라마는 새로운 시즌이 나올 때마다 모든 에피소드를 한 번에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릴 필요가 없이, 모든 에피소드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현재 자리에 오른 기업이다. 넷플릭스의 성공 1등 공신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가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기능이 활성화됨으로써 이용자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고,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부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빅데이터 기반의 콘텐츠 추천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업계를 막론하고 모든 산업, 모든 기업이 예외 없이 빅데이터의 영향력 안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가는 이런 기술을 도구로 활용해 비즈니스를 혁신해야 한다.

넷플릭스의 창업 스토리를 살펴보면, “성공한 기업은 과거에 누군가가 용감한 결정을 한 기업이다.”라는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의 말이 떠오른다. 넷플릭스는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콘텐츠를 유통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작에도 나섰으며, 과감한 투자는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도전 DNA는 지속가능경영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