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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리포트]보수의 몰락-에필로그

[the300]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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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멸 재촉한 보수…"광야를 무서워 말아야"
지난 10월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서 열린 제17차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반대 및 문재인 정부 규탄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월7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에서 열린 제17차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반대 및 문재인 정부 규탄 태극기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수 몰락'의 핵심은 보수 노선의 패배라기보다 보수 정치권과 보수 세력에 대한 신뢰 상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외침은 보수가 아닌 철저한 반성, 처절한 혁신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보수의 몰락’이라는 도발적 화두를 던졌는데 그 과정에서 ‘보수의 자멸’이라는 현실적 상황과 만났다. 보수 정치권이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자초해 보수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보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국가주의’의 변질이 대표적이다. 국가의 공공선을 우선시하면서도 국가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신념은 공권력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정권이 국가정보원과 검찰, 나아가 군대까지 국가 권력을 사유화해 정권 유지에 남용했다는 사실은 보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충격이었다.

보수 세력의 고질병 ‘부패’ 역시 근절되지 않고 보수 전체를 자멸로 몰아넣었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 탄생한 이명박 정권은 “보수는 부패하나 유능하고 진보는 깨끗하고 무능하다”는 프레임에 힘입은 바가 컸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5년 내내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해외 자원외교’,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 등 각종 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낳으며 보수가 부패에 무감각하다는 불신을 심어줬다.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부와 같이 보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부패의 반작용에 힘입어 정권을 잡았다. “국가와 결혼했다”는 메시지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오직 국가 발전에 헌신할 것이란 보수의 믿음을 키웠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이러한 믿음을 산산조각내며 보수의 부패와 무능을 총체적으로 각인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보수 정권’이 국가기관을 사유화하고 부정부패로 타락해 스스로 무너져간 상징적 사건이었다.

아울러 보수·진보라는 과거의 이념 구도에 매몰돼 보수의 가치를 잃으며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보수는 민주화 이후 자유주의의 가치를 진보에 내줬다. ‘성장 vs 분배’ ‘기업 VS 노동’ 등의 익숙한 이분법 구도만 지켰을 뿐 새로운 환경,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최근들어 새롭게 ‘발굴’한 보수의 가치가 ‘동성애 반대’라는 ‘안티테제(Antithese, 반정립)’뿐이라는 것은 보수의 현재를 보여준다.

김성회 보좌관(손혜원 더불민주당 의원실)은 “현 시대에 보수의 가치를 증명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제 이념보다도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정당을 찾는다”고 분석했다.

현재 보수의 몰락, 보수의 자멸 속 보수 세력의 해법은 ‘통합’이다. 과거 분열을 거듭하면 스스로 지지 기반을 좁힌 데 대한 반성 차원이다. 일정정도 맞지만 정답은 아니다. ‘배제의 정치’에 꾸지람을 했다고 해서 ‘이합집산’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 지지층은 보수의 ‘가치 회복’을 원하는데 보수 정치권은 ‘세 회복’을 우선시한다.

국민들의 반응은 당연히 싸늘하다. 몰락한 보수의 잔해를 한 곳에 모은다고 이것이 다시 튼튼한 성이 될 리 만무하다. ‘광야’로 나아가 새로운 토대를 닦은 후 새 건물을 지을 각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과거 정치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시대정신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며 “반성이 전제된 상태에서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실천적 방향을 내놔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의 몰락'이 남기고 간 자리…'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바른정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의원, 남경필 지사, 유승민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2017.9.4/뉴스1   <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바른정당 의원총회에서 김무성의원, 남경필 지사, 유승민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2017.9.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남경필 경기지사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자와 만나 '보수의 몰락' 연재 기사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여당과 '보수'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한나라당 소장파' 시절의 이야기가 기사에 언급된 것을 인상깊은 장면으로 꼽았다. 그러나 곧 "과거에는……"이라며 말을 끝맺지 못했고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 대화는 마무리됐다.

어색한 분위기는 남 지사가 조만간 자유한국당 복귀가 점쳐지는 상황 탓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 누구보다 먼저 '보수'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하며 새누리당 당적을 버렸던 그다. "이념은 없다"며 시대착오적 '보수 타령'을 벗어나고자 했던 일성도 '보수통합론'에 가려졌다.

바른정당에서 가장 강경하게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반대해온 한 의원은 "보수란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현 보수진영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보수'란 단어가 갖는 낡고 부패하며 시대착오적인 이미지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 큰 문제는 '보수'에 얽매일수록 그 테두리에 갇혀 스스로 개혁의 범위를 좁히고 입지를 좁히는 족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당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당의 생존을 건 상태다.

바른정당은 '박근혜식 보수'를 벗어나 제대로 된 보수, 바른 보수를 하겠다며 무엇보다 '보수'의 가치를 앞세웠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그 포부는 물거품이 되기 직전이다. 현실 정치의 높은 벽 때문이라고 핑계댈 수 있지만 지금 보수진영의 모습 자체가 '보수의 몰락'을 보여준다. 자칭 ‘개혁 보수’의 좌절이어서 더 안타깝다.

지난 대선 전후 바른정당 통합파의 행보는 무(無)가치·몰(沒)가치의 이합집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반기문을 염두에 둔 ‘창당’, 단일화만 꿈꾼 ‘대선’, 자유한국당 ‘복당’과 국민의당과 ‘연대’…. 복당파의 중심에 섰던 한 중진 의원은 '허울뿐인 보수'를 자인했다. 그는 "우리 보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천하의 잡놈'들이다. 가치도 뭐도 없이 세가 되는 쪽만 좇는 무리가 됐다"고 자조했다.

[런치리포트]보수의 몰락-에필로그
13명의 복당파는 그렇게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스스로를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제목 '엘 콘도르 파사(철새는 날아가고)'로 불렀다. 깃털처럼 날리는 참을 수 없는 보수의 가벼움이었다. 지난 11월 9명이 추가 탈당한 데 이어 3차 탈당설이 또 나온다. 이를 두고 유승민 대표를 비롯 바른정당이 개혁'보수'를 지향하면서도 사실은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바로 통합과 포용이 사라진 '배제의 정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보여준 보수는 분열이었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보수는 사실 하나만 같아도 함께 할 수 있다는 통합을 내세웠고 진보는 반대로 하나만 달라도 함께 할 수 없다는 개혁을 지향하는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 정치권은 하나만 달라도 내치는 ‘배제의 정치’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옳고 틀리다’로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기본 진리인데 이는 몰락한 보수뿐 아니라 진보에게도 똑같이 던져지는 메시지다.

"진정한 보수 없다" "보수는 민주당"…'보수의 몰락' 반응은?

[런치리포트]보수의 몰락-에필로그
"우리나라는 진정한 보수가 없다. 옛날 친일파들 독재자들 추앙하는 극우 꼴통들이 대다수다."
"애국보수가 아니라 매국보수니 문제지."
"예전부터 누누히 말해왔지. 진보는 정의당, 보수는 민주당, 매국은 자유당."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게재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획 '보수의 몰락' 기사 댓글창에는 우리나라 보수 정치에 대한 신랄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현재의 보수 정치에 대한 실망감, 한탄과 비판 못지않게 주요한 논쟁이 대상이 된 것은 보수 정치의 정의와, 존재 여부에 대한 것이었다. 과연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보수 정치란 무엇이며 보수 정치는 필요한가. 자유한국당을 보수 정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진보 정당으로 보는 구분은 과연 옳은가.

확실한 것은 현재의 시민들은 더 이상 제도권의 '보수' '진보' 구분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는 소위 보수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공동체와 국가, 전통, 안보, 법치주의 등 '보수' 가치가 결여돼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이들은 한국 사회의 보수 정당이 역사적으로 정당성을 띠지 않는단 점을 지적했다.

선진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사례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 보수 정치인들의 자질 부족을 비판한 의견도 많았다. 군입대, 기부, 사회봉사 등 자기희생을 필요로 하는 활동은 어떻게든 피하고 자신의 이익만 채우는 데 급급한 것이 현재 시민들 머릿속에 아로 새겨져 있는 보수 정치인들의 모습임을 뼈아프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매국'도 '보수'와 연관검색어로 자주 언급됐다.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이 우리 정치에 남긴 상흔은 여전히 컸다. 진보 진영이 '빨갱이' 프레임에 시달리듯 보수 진영은 해방후 친일파 청산 실패로 인한 '친일파'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특수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정치이념과 철학, 정책의 건전한 경쟁보다는 반대 진영에 대한 소모적 색깔논쟁에 힘을 쏟았으며, 이는 한국의 정당정치와 정치풍토를 저해하는 오랜 원인이 돼왔다.

이런 가운데 '종북', '친북' 등 색깔론을 앞세운 보수의 '공포' 정치는 젊은 세대들에게 갈수록 힘을 잃는 것으로 보이는 데 반해 '매국' 프레임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보수 정치인들이 '종북' 프레임을 결정적인 순간마다 위기 극복 전략으로 악용한 데 대한 반감이 쌓인 데다, 해방 이후 보수정권과 정당이 국가보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모습을 수십년간 보며 불신이 더해진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 사이에서 "진정한 보수는 민주당"이란 주장이 심심찮게 발견됐단 점이다. 진정한 보수 정당이 없다고 할 순 있어도, 민주당이 보수 정당이란 주장은 너무 나간 게 아닐까. 한편으론 '진보'와 '보수'의 사전적 의미와 우리의 정당 구조 속 '진보'와 '보수'의 격차는 매우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랜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의 정당구조는 우편향돼 있고 정당 간 정책과 공약의 다양성도 떨어진다. 선진국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진정한 보수 정치인은 없고, 진보 정치인도 소수에 불과할지 모른다. 어쨌든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이 '진보'에 집착하지 않고 민주적 소통방식에 집착한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최첨단 21세기에 우리가 '보수의 몰락'을 들여다본 건 때 아닌 이념 논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래서 '권위주의'와 '부패'로 자멸한 보수의 현재를 짚고 싶었다. '보수의 몰락'은 기본을 지키지 못한 데서 비롯됐고 재기의 출발도 기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안다. '자칭' 보수 정치권만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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