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도 내년에 금리인상" 전망 확산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AFPBBNews=뉴스1

일본은행(BOJ)이 내년에 통화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BOJ가 내년에 기준금리 목표치를 한 차례 이상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여러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BOJ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지만 일부는 시장의 예상을 묵살하기보다 통화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OJ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취임한 2013년 이후 5년간 양적완화(자산매입)로 시중에 4조 달러에 이르는 부양자금을 풀었다. 지난해 1월에는 기준금리를 -0.1% 낮춰 지금까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BOJ가 내년에 통화긴축에 나서면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주요 중앙은행들이 도입한 통화부양책이 사실상 모두 접히는 셈이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주에 이미 금융위기 이후 5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도 통화긴축 행보를 예고했다.

BOJ가 이미 통화정책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BOJ가 국채매입 규모를 연간 80조 엔에서 최근 1년간 연간 60조 엔 수준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BOJ가 지난해 9월 국채 매입 규모 대신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로 유지하는 걸 통화부양책의 목표로 삼은 만큼 국채 매입 규모를 줄인 건 통화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더 주목할 건 구로다 총재의 최근 발언이다. 그는 과도한 저금리 기조의 역풍을 경계했다. 지난달 초엔 저금리가 은행들의 수익을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달 스위스 취리히대 연설에서는 이른바 '금리효과의 반전'(reversal rate)을 우려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정한 저금리가 은행산업에 타격을 줘 통화부양책이 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시장에서 논란이 일자 구로다 총재는 새로운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나카소 히로시 BOJ 부총재와 마사이 타카코 BOJ 정책위원 등이 통화부양 장기화에 따른 위험을 우려하며 구로다 총재가 궁극적으로 통화긴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마쓰자와 나카 노무라증권 수석 일본 금리 전략가는 "취리히가 시작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내년 4월 임기를 마치는 구로다 총재가 일련의 발언으로 두 번째 임기를 맞아 순조로운 정책 전환에 나서기 위한 기반을 닦으려 했다는 풀이다.

일본 시중은행들은 예금으로 모은 돈을 BOJ에 맡겨 이자를 받으며 자금을 운용해왔다. BOJ에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이자가 -0.1%로 낮아진 기준금리다. 지금 상황에서는 은행들이 BOJ에 0.1%의 수수료를 내고 돈을 맡겨야 한다.

상당수 전문가가 내년에 BOJ의 금리인상을 예상하지만,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세키오 타카히로 뱅크오브도쿄미쓰비시UFJ 투자전략가는 BOJ가 이르면 내년 1분기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 목표치를 상향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BOJ가 물가상승률을 확인하며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어느 쪽이든 BOJ가 내년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 목표를 0%에서 0.2~0.3%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어 마이너스 금리 기조에도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물가상승률이 아직 미약한 상황에서 BOJ의 섣부른 금리인상이 일본 경제와 시장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최근 0.8%로 BOJ 목표치인 2%의 절반도 안 된다.

BOJ의 금리인상이 엔화 가격을 띄어 올리면 수출기업과 저금리로 엔화를 빌려 고수익 해외자산에 투자(캐리트레이드)한 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