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환율+업황=1.3조 유증' 현대重 주가는

현대중공업 (119,300원 ▼100 -0.08%)이 1조3000억원 가까운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일감 절벽과 달러 약세, 유동성 부족 등 경영환경 악화국면에서 선제적 자금조달을 노리겠단 의도다. 동시에 진행 중인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기존 주식의 20% 넘는 새 주식을 발행하면서 주식 희석에 따른 주가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강도와 방향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현대중공업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총 1조2875억원(1250만주)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그룹 조선 3사의 순차입금을 해소하고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다.

증권업계는 이번 유상증자의 가장 큰 목적으로 유동성 확보를 꼽았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현대중공업은 2조3000억원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8000억원을 비롯해 2018년에 필요한 현금이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4000억원밖에 남지 않는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1조3000억원 가까운 증자를 진행하는 셈이다. 5666만여주의 22.1%가량 신주를 발행하는 신주를 찍어내는 만큼 주식 희석효과에 따른 주가하락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약세로 돌아선 원/달러 환율 영향도 주가 전망을 어둡게 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2017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을 469억원이라고 밝혔는데, 기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4분기에만 3600억원대 적자를 전망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유상증자 및 영업이익 전망 발표 직후 증권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원/달러 환율 약세에 따른 손실을 반영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에 각각 1500억원, 1800억원, 300억원씩 총 3600억원 가량 충당금을 반영하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손실이 영업보다는 환율효과를 선반영하는 데서 나왔다는 의미다.

증권업계가 전망한 현대중공업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651억원 흑자로, 1000억원 가량 어닝 쇼크를 예고한 셈이다.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효과와 더불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희석효과를 고려하면 22%가량 주가가 빠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여기에 투자심리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주가 변동폭이 5%안팎에서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들의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 결정을 공포로 받아들일 경우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조선 업황 악화가 오래된 이슈인 만큼 학습효과가 나타날 경우 낙폭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유상증자 물량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기로 한 만큼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반응도 주가 향방을 가를 요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