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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4시 첫차에 희망 태워요"…"1분 늦었다" 승객 불호령도

[새벽을여는사람들①]버스 첫차 기사, 커피3잔 꿀꺽하고 '부릉'…청소·식당 노동자 승객 대부분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입력 : 2018.01.01 06:10|조회 : 4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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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어둑어둑한 새벽, 남들 보다 몇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새벽 일터로 나온 이들의 사연과 면면은 다양하다. 일터로 향하는 이들의 발이 돼주는 버스기사, 새벽 그 어떤 곳보다 활기찬 수산시장, 주머니 가벼운 이들의 배를 채워주는 해장국집 등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53 첫차를 운행하는 김창수 운행사원/사진=한지연기자
153 첫차를 운행하는 김창수 운행사원/사진=한지연기자
"새벽4시 첫차에 희망 태워요"…"1분 늦었다" 승객 불호령도
"버스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멋져요."


지난달 19일 새벽3시30분.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위치한 동아운수 차고지에서 간선버스 153의 첫차 운전대를 잡는 김창수(49) 운행사원을 만났다. 단정히 뒤로 넘긴 머리,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 가디건이 깔끔하다. 추운 날 앞문을 열고 닫으면 바람이 들어와 어깨가 시리다.

버스경력 6년차 김씨는 153 버스를 3년 몰았다. 4시 출발하는 첫 차 운행에 맞춰 30분전 일찍 도착하려면 집에서 새벽 2시에 일어나야 한다. 집을 나서기 전 이미 커피를 머그잔으로 2~3잔 마신다. "커피는 '복용'하는거죠. 즐기며 마시는게 아니예요."

차고지에 도착해 배차를 확인하고 음주측정을 한 뒤 버스 청소도 깔끔히 마쳤다. 출발하기 전 먼저 시동을 켜 밤새 얼어있던 버스를 깨운다.

우이동에서 당곡사거리(보라매병원)까지 왕복하는 153 버스는 서울의 북동쪽에서 남서쪽을 가로지른다. 덕성여자대학교와 국민대, 연세대 등을 지나고 미아사거리와 여의도 등 주요 정류장을 거치는 '알짜'노선인 덕에 매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노선 TOP3 자리를 놓치지 않는다.

새벽 4시 정각. 새하얀 장갑을 낀 김 기사가 운행을 시작했다. 가게들이 문을 열기도 전,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을 비추는 건 버스 헤드라이트와 가로등 뿐이다. 도로엔 택시와 영업용 화물차만 이따금 달린다. 나이트 버스와의 조우는 기본이다.

153 버스는 새벽 일을 가는 이들의 발이 된다. 첫 정류장인 우이동도선사입구부터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차에 올랐다. 패딩과 마스크로 완전무장을 하고 등에는 배낭을 멨다. 세번째 정류장만에 첫 차는 거짓말처럼 콩나물 시루를 닮은 만원버스가 됐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승객과 기사는 서로 활기찬 인사를 건넨다. 40명은 족히 넘어보이는 승객 중 첫 차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이는 단 2명뿐이다. 즐거운 목소리가 버스를 채웠다.
첫 차 운행을 준비하는 김창수 기사/사진=한지연기자
첫 차 운행을 준비하는 김창수 기사/사진=한지연기자
첫 차는 생업을 위해 출근하는 승객들이 주로 탄다. 청소를 하거나 식당 일을 나가는 승객, 건설노동자 등이다. 새벽 교대 근무를 나가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 50~60대다.

김씨는 "첫 차는 활기도 있고 희망찬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기사님 당 떨어지면 드세요'라며 간식을 주는 승객들도 있고, 다들 생활이 여유롭지 않을텐데 어떤 승객들보다 친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박도 피할 수 없다. 오전 4시 정각에 칼같이 출발했지만 "늦었다"는 승객들의 불호령은 첫차의 숙명이다. "첫 차가 너무 늦게와요", "첫 차타고 (일터에) 태워다 주는 첫차 타야 하는데, 왜 이렇게 늦었어"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이 한 두 마디씩 던진다. 승객들은 첫 차 시간에 맞춰 출근 시간을 정한다.

김 기사의 손이 더욱 부지런히 움직인다. 하얀 장갑을 낀 왼손은 방향등을 움직이고, 오른 손은 체인지레버(기어 브레이크)를 옮긴다. 손과 발을 연신 움직이며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를 내뱉는다. 첫 차 기사는 쉴 틈이 없다.

애교있게 '늦었다'는 불만을 터뜨리는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불같이 화를 내는 승객도 있다. 여의도로 일하러 간다는 한 승객은 "차가 너무 늦어. 기어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승객이 많아서 그랬다. 죄송하다"는 김 기사의 말에도 "승객이 언제는 없었나?"라고 응수한다. 억울한 마음이 들만도 한데 김 기사는 허허실실이다. "늘상 듣는 얘기에요. 첫차 승객들은 1~2분이 예민하잖아요"라면서도 "쉬었다 온 것도 아닌데… 4시에 칼같이 출발해서 열심히 온거 보셨죠?"라고 기자에게 슬쩍 억울함을 표현했다.

첫 차를 운전하며 가장 좋은 순간은 언제일까. "몸은 좀 피곤해도 첫 차를 운전하다 해가 뜰 땐 기분이 좋아요. 서강대교 지날때 일출이 진짜 멋있거든요"라면서도 그는 "앗, 운전하며 이런 생각하면 안되는데"라고 웃었다.
버스 안에 꽉 찬 승객/사진=한지연기자
버스 안에 꽉 찬 승객/사진=한지연기자

국민대학교에 일하러 간다고 밝힌 이모씨(72)는 "(첫 차가 있어) 좋죠"라면서도 "근데 늦으면 안돼"라고 속삭였다. 이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자신이 탄 다음 정류장과, 다다음 정류장에서 만나 담소를 나눴다.

미아사거리와 국민대학교, 여의도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내렸다. 국민대가 다가오자 뒷문 바로 뒤에 앉은 승객은 뒷 자석 사람들의 버스 카드를 회수해 모아 하차 태그를 찍는다. "자, 일하러 가자" 누군가 외친 우렁찬 소리와 함께 153을 가득 채웠던 승객들이 한차례 내렸다.

4시52분쯤, 빠르게 달리던 김 기사가 슬쩍 앞 창문을 열었다. "졸리지 않다"는 말과 달리 그는 그 뒤로도 두어번 더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153 버스의 기점인 보라매병원이 다가왔다. 롯데백화점 관악점을 지날 때 그가 '당곡사거리 방향'을 가리키던 표지판을 재빨리 뒤집어 '우이동 방향'으로 바꿨다. 보라매병원에 도착하자 귀신같이 시간은 오전 5시40분을 가리켰다. 그는 첫 차를 몰며 연신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배차시간에 단 1분도 벗어나지 않았다.
김창수 기사가 어둠이 깔린 새벽 첫 차를 운행 중이다/사진=한지연기자
김창수 기사가 어둠이 깔린 새벽 첫 차를 운행 중이다/사진=한지연기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1회 행 후 기점에서 10분 정도 휴식할 수 있다. "10분 쉰다고요? 승객분들한테 총 맞아요. 눈총."


기점은 버스기사에게나 기점이다. 승객에겐 기점의 개념이 없다. "기점에서 조금만 멈춰 있어도 승객들이 항의하고 난리가 나요" 그는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 1시간40분이 걸리는 운행내내 물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승객을 내려주고 태운 첫 차는 다시 우이동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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