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서 연매출 2200억 기업으로…사훈은 '사랑받는 기업'

한상원 동아에스텍㈜ 회장. /사진=이영민 기자

영종대교, 인천대교, 광안대교, 영동대교, 천호대교…. 바다와 큰 강을 가로지르는 한국의 대형교량들은 대부분 동아에스텍㈜의 손길을 거쳤다. 국내뿐 아니라 쿠웨이트, 콜롬비아, 브루나이, 인도 등 전세계 교량의 안전은 동아에스텍이 책임지고 있다.

동아에스텍은 도로나 교량의 가장자리에 설치되는 가드레일 등 도로안전시설과 데크 플레이트, 방음벽 등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체이다. 1996년 1월26일 설립돼 2004년 8월2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도로안전물 업체로는 품질이나 시장점유율 등 모든 면에서 업계 최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동아에스텍의 시작은 진열대 앵글이나 철재 울타리를 조립해 파는 일을 하는 6평 남짓 구멍가게였다. 1983년 설립된 전신 동아산업의 연매출은 1억도 안됐지만 지난해 연매출은 2200억원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상원 동아에스텍 회장은 사업을 키우려면 조립·시공업에 그치지 않고 철재를 직접 생산해야겠다고 판단해 회장은 1996년 동아기공(동아 에스텍 전신)을 설립하고 자체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이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동아에스텍이 보유한 특허 등 산업재산권만 129건에 이른다.

동아에스텍의 성공 비결에 한 회장은 "준비가 되어 있으니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영종대교가 설계될 당시만 해도 국내 교량 설계나 시공기술을 일본에서 수입했고 교량에 들어갈 가드레일도 일본 제품이었다.

한 회장은 당시 교량 건설 관계자들을 찾아가 자체 개발한 신기술 소개에 열을 올렸지만 일은 뜻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시 도로공사 감사를 만나 기회를 잡게 됐다.

한 회장은 "감사를 만나 후발 개발도상국들이 영종대교를 보며 벤치마킹을 삼을 텐데 일본 제품으로 설계하면 일본 회사를 홍보해주게 된다고 애국심에 호소했다"며 "건설 관계자를 30번 넘게 찾아가도 안 돼던 일이 비로소 실마리를 풀게 됐다"고 말했다.

영종대교를 시작으로 이후 설계된 국내 교량 대부분은 동아에스텍 제품을 썼다. 국내에서 실적이 쌓이고 기술력을 인정받자 쿠웨이트의 코즈웨이 해상교량, 브루나이 템브롱 교량 등 전세계 대형교량에도 납품하는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동아에스텍의 사훈 '창조적인 사고, 날로 새로워져 사랑받는 기업'에는 항상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한 회장의 사업 철학이 담겼다. 한 회장은 "세상이 빨리 변하니 호황업종도 금방 사양산업으로 변한다. 시대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변화와 혁신을 즐기고, 창조적 사고를 하고, 나날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텍이 도로안전시설물 시장 1위에 그치지 않고 데크플레이트, 방음벽 사업 등 사업 다각화를 이룬 것도 이 때문이다. 2013년에 점토벽돌 생산업체를 인수해 설립한 동아세라믹스㈜도 지난해 경영정상화를 이루고 흑자 전환을 이뤘다.

한 회장은 동아에스텍을 새로운 시대에도 살아남는 장수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지역에서 성장하도록 도와준 이웃들 덕분에 성공했으니 장수기업이 돼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