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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2017년의 혁명(革命), 그리고 손정의와 이재용

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입력 : 2017.12.30 09:00|조회 : 7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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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편집자주]
2016년 9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중앙)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회동한 후 로비로 내려와 떠나기 직전 회사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오동희 기자
2016년 9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중앙)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오른쪽)과 회동한 후 로비로 내려와 떠나기 직전 회사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오동희 기자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지난 28일(미국 현지시간)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우버테크놀로지스에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했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비전펀드는 이 회사 지분 20%를 확보, 최대주주가 되면서 또 한번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기자는 손 회장의 우버 인수 소식을 접하면서, 손 회장이 지난해 7월 35조원을 들여 영국의 모바일 반도체 핵심 기술기업인 ARM을 인수한 직후 그를 만났던 기억이 생생했다.

ARM을 인수한 직후인 그해 9월 어느 날, 서울에서의 만남은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2016년 9월 29일 점심 직후 출입처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을 지날 때였다. 서초동 삼성타운의 C동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 쪽에 못 보던 고급 벤츠 한대가 서 있었다.

중요한 고객 차가 아니라면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 앞 정문 쪽에는 좀처럼 차를 세우지 못하도록 해놨다. 원래는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사장단 회의 직후 회사 정문과 주위를 빙 둘러 수십대의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를 본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다며, 사장단 차는 지하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부르면 올라오도록 조치해 그 이후로 정문에선 좀처럼 대기하는 차를 볼 수 없었다.

차가 언제 나올지 모를 사람을 기다리기 위해 장시간 시동을 건 채 길가에서 대기하는 것보다는 사장들이 나와서 자신이 탈 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

그래서 로비 앞 정문에 못 보던 벤츠 승용차가 대기하는 모습이 이채로워 소위 '뻗치기'를 했고, 2시간 가량 기다린 후 뜻밖에 만난 것이 '마사요시 손', 손정의 회장이었다.

당시 손 회장은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 같이 수행원 1명만을 대동하고, 이 부회장을 만나러 왔을 정도로 단출하게 다녔고, 이 부회장도 별도의 수행원 없이 조촐하게 손 회장을 배웅했다.

10년 정도의 연배 차이지만,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공부한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은 IT 시장에서 선두 기업을 운영하면서 오랜 기간 알고 지냈다. 이날도 다가올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해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IT의 진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었다.

그 다음 날 손정의 회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10년 내에 한국에 5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협력에 대해 얘기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 후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의 앞날은 판이하게 달라졌다. 손 회장은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플립카트에 2조 9000억원을, 온라인 스포츠용품 유통업체인 패너틱스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로봇 공학 기업인 브레인, 그래픽 칩 디자인업체 엔비디아, 사무실공유 스타트업 위워크 등에도 투자하는 등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올해 2월 구속됐고, 2018년을 구치소에서 맞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세계 시장에서 싸워야 할 국내 최대 기업의 사실상 총수가 영어(囹圄)의 몸이 된 것이다.

차가운 감방에 있는 이 부회장이 정치 문제에 엮이지 않고 자유로이 전세계를 돌며 맹활약하는 손 회장을 봤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2017년은 대한민국에 있어서는 시민 혁명기요, 전세계적으로는 4차산업 혁명기였다. 국내에선 과거 정권이 무너지고, 정의와 인본을 철학으로 삼는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죄가 있다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죄가 사실로 판가름나기 전까지는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가급적 불구속 상태에서 죄의 유무를 따지는 게 인권을 존중하는 인본주의다. 또 그런 불구속 상태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국가 전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아닐까.

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 회장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최대 자동차 공유기업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문뜩 드는 생각이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2월 29일 (20:46)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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