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전성시대 돼버린 북악라인, '포획틀' 효과 있네

철제 포획틀을 이용해 실제 멧돼지를 포획한 모습/사진제공=환경부

#. 지난해 4월 2일 새벽 광화문 한복판에 나타난 멧돼지가 택시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심 한 가운데인 광화문까지 멧돼지가 나타났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뿐만 아니다. 최근엔 종로구 명륜3가 산책로 인근에 멧돼지 4마리가 출몰했다. 홍대 앞에 나타난 멧돼지는 실탄을 맞고도 달아나기까지 했다.

호랑이, 늑대 등 천적들이 사라지면서 서울 광화문, 홍대 앞 등 도심 한 복판에 출몰하는 멧돼지가 골치 아픈 문제로 부상했다. 특히 북한산을 비롯한 서울 북부 산악지대인 북악라인 인근은 먹이가 부족해진 멧돼지들의 상습 출몰 지역이다. 멧돼지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 2016년부터 설치한 포획틀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서울에서 포획한 멧돼지 개체 수는 95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포획틀을 이용해 포획한 개체 수는 28마리로 확인됐다. 포획틀로 포획된 멧돼지 수는 종로구가 14마리로 가장 많았고, 은평구 6마리, 강북구 5마리, 성북구 1마리, 서대문구 1마리, 노원구 1마리 등을 기록했다.

포획틀은 가로 2.2ｍ, 세로 68㎝, 높이 1ｍ 크기에 무게 70㎏ 가량의 철 구조물로 돼 있다. 먹이를 놓아 멧돼지를 유인하는 구조다. 포획틀은 멧돼지가 평소 많이 출몰하는 은평(8곳)·서대문(4곳)·성북(4곳)·강북(5곳)·종로(4곳) 등 북한산 인근 지역 27개소에 설치돼 있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멧돼지의 도심 진입을 막기 위해 차단벽도 설치됐다. 이와 함께 멧돼지들이 싫어하는 기피제도 460박스를 도봉(120박스)·강북(65박스)·은평(45박스)·종로(26박스) 등에 배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산국립공원에 200마리가 넘는 야생 멧돼지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도심 출몰횟수도 2011년 43건, 2012년 56건, 2013년 135건, 2014년 185건, 2015년 364건, 2016년 548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시 관계자는 "멧돼지 포획틀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멧돼지의 출현 건수를 3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샛길과 둘레길 조성 등으로 멧돼지의 서식환경이 파괴되면서 멧돼지의 도심 출몰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멧돼지의 먹이가 될 만한 산나물, 도토리 등을 캐는 것을 자제하는 등 서식 환경을 보호해주는 것이 도심 출몰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멧돼지와 갑자기 마주쳤을 때 먼저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거나 달아나면 멧돼지가 흥분해 공격할 수 있는 만큼 나무, 바위 등 은폐물로 대피 후 신속하게 신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등을 보일 경우 겁먹은 것으로 알고 공격하는 만큼 눈을 똑바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