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에도 매출 '쑥'… LG생건 '후'·'숨' 올해 2兆 넘본다

LG생활건강 (375,500원 ▼15,000 -3.84%) 궁중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가 지난해 매출 1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내수 침체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는 상황 속에서도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은 8일 지난해 '후'가 매출 1조4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연·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도 지난해 3800억원을 돌파해 '후'에 이은 차세대 브랜드로 LG생활건강의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사드 보복에도 성장 지속…VIP 마케팅으로 상위 5% 고객 홀렸다=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드 보복 여파로 뷰티 업계 전반적으로 역신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홀로 성장'했다. 내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후', '숨' 등 럭셔리 브랜드 중심의 고급화 전략을 앞세워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2003년 출시한 후는 2006년 '궁중한방'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중국에 진출했다. 한류스타 이영애를 모델로 앞세워 상류층 공략에 주력했다. 중국 진출 첫 해 549억원 매출을 달성, 2009년 1131억원, 2013년 2037억원으로 성장했다. 2014년 4310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에 탄력이 붙은 데 이어 2015년 8081억원으로 뛰었고, 이듬해 1조2000억원으로 '1조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 아모레퍼시픽 (146,100원 ▲700 +0.48%) '설화수'에 이은 두 번째지만 1조원 도달 시점은 설화수(19년)보다 5년 빨랐다.

후는 상하이 '빠바이빤'(八百伴)·'쥬광'(久光), 베이징의 'SKP' 등 중국 최고급 백화점 중심으로 빠르게 매장수를 늘렸다. 2012년 47개였던 중국 매장수는 2015년 100개를 돌파했고, 1월 초 현재 192개까지 확대했다.


상위 5% 고객 공략하는 VIP 마케팅 활동도 적극 펼쳤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한 '2017 후 궁중연향 인 베이징'에는 중국,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뷰티 관련 미디어와 오피니언 리더 200여명이 참석해 화제가 됏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들도 '1조 브랜드'가 되기까지 보통 50년 이상 걸린 데 비하면 돋보이는 성과"라며 "수십년 역사를 가진 글로벌 브랜드들이 선점한 아시아 시장에서 후만의 차별화된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로 브랜드 가치를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후 성장세 판박이",'숨' 매출 3800억원…올해 후·숨 2조원 달성 전망=LG생활건강은 후에 이은 차세대 브랜드로 '숨'을 택했다. '자연·발효' 콘셉트로 2007년 출시한 숨은 브랜드 론칭 10년이 되는 해인 2016년 4월 중국에 진출했다.

'숨'은 중국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순하면서도 효능이 좋은 화장품으로 입소문 나면서 빠르게 안착했다. 2016년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3800억원을 달성했다. 12년 만에 4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중국 주요 도시 최고급 백화점에 70개 매장을 오픈했다.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 등에도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난해 '후', '숨' 두 브랜드 매출을 합하면 1조8000억원으로 올해 두 브랜드 매출이 10년 전인 2008년 전사 매출(1조9677억원)보다 높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지우광 백화점 내 '숨' 매장에 방문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LG생활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