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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돈은 누가 댈 것인가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8.01.09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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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유권을 가진 은행이나 기업에서 일어나는 구조조정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논리’는 당위론이고 얼마나 더 또는 덜 정치적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박근혜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처리가 그랬다. 2016년 3월 강봉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총선 전 ‘한국판 양적완화론’을 꺼낸 것부터가 정치적이었다.

주요 채권자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거덜 날 지경이어서 급전이 필요했고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자본을 늘려주면 그 돈으로 망하기 직전인 대우조선을 일단 살려두자는 의도였다. 성장률과 일자리 등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19대 대선까지도 다분히 염두에 둔 조치였다. ‘노동집약적’인 조선업의 특성은 정치인들 관점에서 보면 ‘표 집약적’이란 의미이므로 좁게는 대우조선과 거제, 넓게는 경남과 부산의 ‘표’를 헤아려야 했다.

국회 의결을 거쳐 재정(세금)을 집어넣어야 할 일을 정치공세를 피하고자 한은의 발권력을 쓰려고 하니 정부의 뻔한 속셈을 모를 리 없는 한은은 완강했다. 양쪽 모두 ‘구제금융’의 후폭풍을 감당하길 꺼려 실랑이한 결과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였지만 단 1원도 써보지 못하고 운명을 다했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과 속내의 불일치에서 온 사필귀정이었다.

문재인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역시 지난 정부만큼이나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대선 전 “반드시 대우조선과 조선산업을 살려내야 한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거제의 대우조선을 찾아간 것 역시 정치적 행보다. 게다가 거제는 그의 고향이다. 대우조선은 2015년 4조2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2조9000억원의 돈을 지원해 내년까지 탈이 없도록 해놓았다. 물론 수주의 양과 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없다면 그 이후 회생은 장담하지 못한다.

당면한 문제는 대우조선보다 창원의 STX조선해양과 통영의 성동조선해양이다. 정부는 채권단이 실사를 해 청산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기업 경쟁력뿐 아니라 산업생태계, 업황,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하겠다며 원점으로 돌렸다.

과거 조선업 구조조정과 같은 점은 이번에도 선거(지방선거)를 앞뒀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곳이 금융위원회와 채권단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라는 것이다. 방향도 죽이기보다는 살리자는 쪽에 가깝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을 찾아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을 균형 있게 반영하겠다”고 했다. 여기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이 조선소의 정상화 대책을 요구한다. 이러니 제아무리 ‘산업의 논리’로 포장해도 그 의사결정이 비정치적이라고 믿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살리기 위한 1차 관건은 ‘돈’이다. 혁신성장의 기치 아래 조선업의 미래 비전을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돈은 아무나 댈 수 없다.

성동조선은 2010년 이후 7년 동안 채권단이 4조2000억원을 줬지만 2016년 말 기준 부채가 자산보다 1조4247억원 많아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STX조선 역시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6조50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갔지만 법정관리로 가야 했다.

[광화문]돈은 누가 댈 것인가
10조원 이상을 헛돈으로 만들어버린 두 회사를 살리려면 자본금을 채우거나 운영자금을 넣어야 하고 수주를 위해 RG(선수금환급보증)도 해 줘야 한다. 그 돈은 또 산은, 수은 등이 짊어져야 한다. 손실을 내는 쪽 따로, 돈을 대는 쪽 따로다. 이들 국책은행 돈은 세금과 마찬가지니 곧 국민의 부담이다.

돈을 넣는다고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다. 경쟁력이 있어도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생존이 어려운 게 현재의 조선업 시황이다. 그러므로 해야 할 일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정치력을 발휘해 순리대로 풀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뒤탈이 없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지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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